정진상-검찰, 고성 오가며 '충돌'…재판부 "자제하라" 보석 '고심'(종합)
검찰 "배우자 계좌에 현금 수억원 입금…김만배와 통화 이유 없어"
(서울=뉴스1) 황두현 김근욱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뇌물수수 등 혐의 재판에서 증거 타당성을 두고 검찰과 설전을 벌였다.
정 전 실장 측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서면증거(서증)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관심이 모아졌던 보석 여부에 대해서는 재판부도 다각도로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과거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구속기간 만료 후 풀려난 후 자해를 시도했던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 뇌물 전달 시점에 유동규 '병가중'…뇌물 전달 장소 '3·4라인' 없는 곳
정 전 실장 변호인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관용차를 타고 성남시청에 들러 금품을 건넸다는 검찰 주장은 허구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검찰이 제출한 관용차 운행일지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변호인은 "유동규는 2013년 2월4일부터 17일까지 신병치료를 이유로 병가를 냈다"며 "피고인에게 1000만원의 뇌물을 준 설 연휴 전 시점에 유동규가 관용차를 타고 시청을 방문하는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뇌물 전달 시기 유 전 본부장의 출장 기록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품 전달 장소로 정 전 실장의 자택 앞을 지목한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허위라고도 주장했다.
변호인은 "금품을 수수한 CCTV가 찍히지 않는 3·4라인 공터에서 돈을 건넸다고 했다"며 "그러나 해당 아파트는 디귿(ㄷ)자 모양 복도식으로 출입구가 하나뿐이라 3·4라인이라고 부를 장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아파트인지 모르는 유동규에게 진술받고 사후적으로 지목한 것인데 검찰은 착오라고 해명했다"며 "유동규가 CCTV를 피하려 계단에서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지만 아파트 출입구에는 CCTV가 설치돼 있다"고 반박했다.
정 전 실장 측은 이외에도 이 대표가 시장 재선 선거 직전 지지율은 49.2%로 상대 후보보다 8%포인트가량 높아 민간업자와 유착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접전인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남욱 변호사 등에게 선거개입을 부탁했다는 검찰 주장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아울러 '뇌물을 받아 아파트 구입에 사용했다'는 검찰 주장에도 "지인에게 빌린 돈과 만기 적금으로 마련했다"고 했다. 2020년 10월 김만배씨와의 통화 기록을 두고는 "법조기자인 김씨에게 국정감사 관련 질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 檢 "공소사실 반박…재판부, 고성 오가자 "자제해달라"
검찰은 "증거조사가 아닌 공소사실을 반박하고 있다"고 맞섰다.
검찰은 "피고인의 배우자 계좌에 정체불명의 현금 수억원이 장기간 입금된 내역이 있다"며 "전세자금을 상환한 현금을 어떻게 마련했냐는 게 저희 주장의 요지"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경기도 출입기자가 아닌 김씨와 통화를 할 이유가 없다"며 "기본적으로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정황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화 전후 김씨, 유동규,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통화내역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선거개입 혐의는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록으로 증명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이재명 캠프에서 모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동원해서 상대 후보를 비방했다는 것으로 반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유 전 본부장의 출장 기록이 없다는 정 전 실장 측 주장을 두고 "유 전 본부장은 임원으로 관내 출장은 출장을 달고 가지 않는다"고 재반박했다.
관용차 이용 내역이 병가 일정과 충돌한다는 지적에는 "4일 유 전 본부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존재하는 것에 비춰 당일 출근해 업무일정을 진행한 후 병가를 신청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공소사실상 5000만원 뇌물 수수장소는 아파트 1층 현관 부근"이라며 "변호인이 언급하고 있는 3, 4호 라인은 2019년 뇌물 3000만원 수수장소 아파트"라고 말했다.
이른바 '가짜 CCTV 의혹에 검찰이 반박하려 하자 재판부는 "실제로 작동하는지 증인 신문을 통해 전체적으로 보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전 실장 측은 연이은 검찰 반박에 "서증 의견 반박이 아니라 자꾸 의견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에 "주장을 했으니 거기에 대한 반박 기회는 줘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은 재판부에 중재에도 고성을 지르며 의견 충돌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사건 초반이기도 해서 여러 가지 주장이 많은 것 같다"며 "자극적인 이야기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 재판부 "만기 석방 시 증거 인멸 쉬울수도…허가 여부 검토"
정 전 실장이 앞서 청구한 보석 허가 여부를 검토 중인 재판부는 대장동·위례 사건 관련자의 증거 인멸과 자해 시도에 따른 고민을 털어놨다.
재판부는 "사건 다수 관련자가 증거 인멸과 자해를 시도했다"며 보석 여부와 보석 허가 조건이 고민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기 석방을 하면 증거 인멸 상황이 더 쉽게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허가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시점과 조건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로 법리와 조건 의견을 내달라"고 덧붙였다. 보석을 허가할 경우 이동 반경을 제한하는 등 조건을 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9일 구속기소 된 정 전 실장은 오는 6월8일 1심 구속기간인 6개월이 만료된다. 그전까지 판결이 선고되지 않으면 석방 뒤 불구속으로 재판에 참석할 수 있다.
다만 검찰이 다른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구속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검찰은 지난 4일 공판에서 "추가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속 중인 정 전 실장은 이날 짙은 녹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뇌물수수, 부정처사후수뢰,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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