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때도 최악 찍고 반등 … 챗GPT등 신수요 기대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3. 4. 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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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D램 치킨게임 겹쳐
2008년 4분기 첫 분기적자
스마폰용 반도체로 돌파구 찾아
고효율 반도체로 시장 대비를

◆ 반도체 쇼크 ◆

삼성전자 1분기 실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2008년과 닮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당시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삼성은 선제적 투자와 공정 개선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반도체 업계 승자로 올라섰다. 그때와 같은 전략이 이번에도 통한다면 하반기부터는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07년 당시 대만 D램 업체들이 앞다퉈 생산량을 늘리면서 반도체 업계에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반도체 기업들이 극단적인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세계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시장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당시 주력 제품이었던 512메가비트(Mb) DDR2 D램 가격은 2009년에 0.5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때 개당 6.8달러까지 올랐던 제품이 3년도 안 돼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이 치킨게임은 결국 2009년 독일 D램 메모리 업체인 키몬다가 파산하고 나서야 해소됐다.

당시 삼성전자도 불황을 피해갈 수 없었다. 치킨게임과 세계 금융위기라는 이중고로 인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로 인해 2008년 4분기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2000년 분기 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지 35분기 만이었다. 영업 손실의 주요 원인은 당연히 반도체 부진이었다.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당시 차세대 메모리로 꼽혔던 DDR3 수율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이를 통해 원가 우위를 끌어냈다. 그 결과 당시 첨단인 D램 40나노 공정으로 조기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포화 상태였던 기존 시장을 넘어 새로운 수요에 적극 대응한 점도 먹혀들었다. 당시 아이폰을 필두로 세계 시장에서 스마트폰 대중화가 급속도로 이뤄지자 삼성은 이에 적극 대응했다. 스마트폰에 적극적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적자를 기록한 지 1분기 만인 2009년 다시 흑자로 전환했고, 2분기부터는 종전의 평년 수준 이상으로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2009년처럼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당시 스마트폰이 수요 반등의 물꼬였다면, 올해는 챗GPT로 시작된 인공지능(AI) 대중화가 열쇠다. 짧은 시간에 무수히 많은 연산을 해야 하는 초거대 모델 AI 운영에는 엄청난 수량의 고효율 반도체 칩셋과 메모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비해 삼성은 'HBM-PIM(지능형 메모리)' 등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업계 2위인 AMD에 공급하는 등 상용화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 투자에 53조1000억원을 집행했고, 이 중 90% 이상인 47조9000억원이 반도체 사업에 투입됐다. 반도체 시설 투자로는 역대 최대다. 국내 신규 생산시설 투자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생산 라인과 파운드리 라인을 모두 운영하는 경기도 평택캠퍼스 내에 총 6개 공장 용지를 확보했으며 현재 3공장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또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시에 30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기로 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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