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감산으로 시장 주도권…반도체 반등시점 앞당긴다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이새하 기자(ha12@mk.co.kr), 강민우 기자(binu@mk.co.kr) 2023. 4. 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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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익 6000억 실적쇼크 '정면돌파' 나서
재고자산 29조원까지 늘어
메모리가격 1년새 반토막
'인위적 감산없다'서 선회
2분기도 4조원대 적자 예상
일각선 "업황 바닥 찍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주가 급등

◆ 반도체 쇼크 ◆

삼성전자가 7일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 선언한 것은 반도체 시황 반등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998년 월 생산량 25%를 감산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 후 공식적으로 감산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램 분야 2위인 SK하이닉스와 3위 미국 마이크론은 이미 감산을 진행 중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웨이퍼 투입을 50% 이상 줄인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올해 1분기에 4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2분기 들어서도 시장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 반등을 노리는 삼성전자는 감산으로 추가적인 반도체 가격 하락을 막고 반등 시점을 앞당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어떻게든 3분기부터는 시장에서 수요·공급이 균형을 찾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이번 '감산 선언'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D램 고정 가격 상승 시기가 4분기 정도에서 3분기로 앞당겨질 수 있다"며 "이르면 2분기부터 현물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내놓은 1쪽짜리 참고 자료에서는 감산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고민해온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메모리 시황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특히 난도가 높은 선단공정과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저전력(LP) DDR5 전환 등에 따른 생산량 제약에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 주력 제품이 DDR4에서 DDR5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생산량 축소가 예상되는 DDR4를 수요 이상으로 생산해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DDR4는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 삼성전자에는 비용·효율 면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생산물이다. 그렇기에 다음 세대 제품으로 넘어가더라도 시장점유율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생산량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어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DDR4 제품 재고를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이미 진행 중인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시험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덧붙였다.

'라인 운영 최적화' '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는 지난 1월 콘퍼런스콜에서 밝혔던 '기술적 감산'에 해당한다. 라인 운영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는 설비 재배치 등으로 자연적인 감산이 진행될 수 있고, 엔지니어링 런을 늘린다는 것은 시험생산에 해당하는 연구개발(R&D) 활동을 늘린다는 의미로 역시 감산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적 감산'만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를 막기 어려운 만큼, '공급성이 확보된' DDR4 생산라인에서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는 형태로 '인위적인' 생산량 조절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단기 생산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된다"며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R&D 투자 비중도 확대할 예정"이라며 투자 지속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에도 아직 2분기 전망은 어둡다. 메모리 가격은 최악의 수요 침체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초 3.41달러에서 올해 1~3월 1.81달러까지 하락했고, 낸드 고정가는 작년 1~5월 4.81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3.93달러까지 떨어졌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1분기에 20% 급락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0~15% 하락할 전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계절적으로 출하가 증가하겠지만 증가폭이 크게 나타나야 재고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며 "상반기에는 고객사 재고 수준이 낮지 않고 서버 수요 강도도 높지 않아 재고 감소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감산 대열에 합류함에 따라 반도체 업황 반등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D램 가격 하락세가 일정 부분 제한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7일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으로 반도체 기업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4.33% 오른 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6.32% 오른 8만9100원에 마감했다. 반도체 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종목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역시 시간 외 거래에서 4.85% 상승했다.

[최승진 기자 / 이새하 기자 /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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