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배후 수사력 집중
보이스피싱·마약 유통 조직
유력한 배후로 의심하고 추적
불안 휩싸인 부모, 자녀에게
"길거리서 아무것도 먹지마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성분이 들어간 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이른바 '마약 음료' 사건의 일당 4명이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추가 범행이나 피해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한편 범행을 지시한 배후를 추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위반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를 전날 오후 11시 50분께 대구에서 긴급체포했다. 이로써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의 용의자 4명이 모두 검거됐다.
A씨를 비롯한 일당 4명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 일대에서 학생들에게 필로폰 성분이 든 음료를 '기억력 강화 음료'라고 속여 마시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인 1조로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근처에서 시음 행사를 한다며 음료를 나눠줬고, 인근 중학교 앞에서도 하굣길 학생들에게 음료를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총 7명으로, 강남 이외 지역에서는 범행이 포착되지 않았다.
음료병에는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메가ADHD' '○○제약' 등의 문구와 상호도 표시돼 있어 피해자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음료를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 중 집중력 강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개선 효과를 인정받은 식품은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일당은 "(음료)구매 의향을 조사하고 있다"며 학생들 부모의 전화번호를 받아갔다. 이후 부모들은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음료를 마신 자녀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112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와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용의자들을 추적해 지난 5일 오전 1시 30분께 서울 동대문구에서 공범 B씨(49)를 검거했다. 함께 범행을 벌인 20대 남성 C씨와 20대 여성 D씨는 각각 5일과 6일 경찰에 자수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음료인 줄 몰랐다"며 "인터넷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일부 피해 부모들은 "협박 전화를 건 사람이 조선족 말투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또는 마약 유통 조직이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광역수사대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이관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마약범죄수사대 청사를 방문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사건 수법이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점이 있어 서울청 산하 금융범죄수사대까지 투입해 확실하게 그 배후도 추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검찰과도 충분히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총력전에 나섰지만 시민들 불안은 여전하다. 서울 강남구에서 중학생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50대 남성 강 모씨는 "아이들에게 아예 길거리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얘기했다"면서도 "한창 뭐든 많이 먹고 클 때인 아이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실수로라도 '마약 음료'를 마신 아이들이 경찰 조사를 받거나 입시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시민들이 신고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치동 소재 학원 관계자는 "부모들은 아이가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마약 복용 사실이 기록으로 남을 경우 입시를 비롯한 앞날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할 수도 있다"며 "경찰 조사를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과정 자체가 수험생들에게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약 관련 범죄와 사건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이날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지난해 9월부터 7개월 동안 마약류 밀수·유통 사범을 집중 수사해 29명을 구속기소하고, 39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마약류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구속기소자 중에는 10대 4명도 포함돼 있다.
이번 수사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한정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부패·경제)를 지난해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마약류 유통·조직, 폭력범죄 등도 직접수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크웹,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가상화폐를 이용한 마약류 밀수·유통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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