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설화에 지지율 추락하자 … 與 '돌부처 전략가' 택했다
윤재옥 65표·김학용 44표
'친화력' 金 우세 예상 깬 반전
尹, 양자토론서 '결정적 한방'
총선관리 적임 내세우며 구애
대통령실 "당정 협력 공고"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갈 구원투수로 선택한 재목은 예상외로 4선의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이 아닌 3선의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을)이었다.
선거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김 의원에게 유리한 듯 보였다.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소통하며 스킨십을 강화해 온 데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수도권 출신 원내대표론이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자 윤 의원이 65표를 얻어 21표 차이로 김 의원을 따돌리고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의원들조차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발표 직후 곳곳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날 양측의 승부를 가른 것은 윤 신임 원내대표의 장점인 안정감 덕분이다. 최근 잇단 말실수로 인해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 관련 발언이나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 등 여당답지 않은 가벼운 언사가 국민에게 실망감을 줬고 4·5 재보궐선거 패배의 큰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대구·경북(TK) 지역구 한 의원은 "최고위원들의 설화와 재보선 결과가 안정적 전략가 윤재옥에게 힘을 실어줬다"며 "친윤과 비윤 모두 가벼운 스타일에 고개를 내젓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 신임 원내대표는 말이 없고 묵묵한 전략가로 정평이 나 있다"며 "대선 당시 상황실장을 할 때도 웬만큼 언론에 떠들 수 있는데 한마디도 안 하고 참았다"고 설명했다.
윤 신임 원내대표가 보여준 절박함도 한몫했다. 투표에 앞서 양자 토론 때 김 의원은 본인에게 할당된 시간을 남기는 여유를 보인 반면 윤 신임 원내대표는 차분히 주어진 시간까지 넘겨가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이 내년 수도권 총선 승리를 위해 수도권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설파하자 윤 신임 원내대표는 "김 의원이 수도권 원내대표를 많이 주장해서 데이터를 한 번 찾아봤다"며 "그런데 우리 당이 수도권 원내대표였을 때 선거에서 이긴 사례가 거의 없었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선 의원은 "워낙 훌륭한 두 분의 경쟁이라 상당수 의원들이 현장 토론회 등을 보고 최종 결정을 하자고 했다"며 "김 의원이 그간 애를 많이 써왔지만 이날 현장에서는 너무 여유를 부리고 준비가 부족해 아쉬웠다"고 관전평을 했다.
결과 발표 직후 김 의원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다소 상기된 표정이 엿보였다. 윤 신임 원내대표는 이를 파악하고 "당직자들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스럽겠지만 정리를 위해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겠다"며 곧바로 비공개 의원총회를 요구해 술렁이는 장내 분위기를 수습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윤 신임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당장은 기존 원내수석부대표단과 원내대변인을 국회 전원위원회 동안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자칫 원내지도부 구성으로 시끄러워질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거대 야당 폭주를 민심으로 막아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대선 당시 상황실장을 충실히 수행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차기 총선을 위한 상황실장 역할을 이번에도 차질 없이 완벽히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김기현 당대표에 대해서는 "대표 표정이 어둡다. 잘 모시겠다. 원내 일로 당대표가 걱정 없도록 '단디(단단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 원내대표가 선출됐으니 여당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을 마쳤다고 볼 수 있겠다"며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상황인 국회에서 야당과 협력해 국회를 잘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당정 간 정책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새로운 원내대표가 가세하면 그런 흐름이 더욱 공고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새 지도부가 구성됐기 때문에 당정 협의 등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우제윤 기자 / 추동훈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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