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 환급 예정"…충남 한 대학 신입생 40만원 학생회비 논란
'과잠'도 선택 아닌 필수, 스승의날 행사 강제 참여 논란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충남 지역 한 전문대학 간호학과에서 신입생들에게 40만원에 달하는 학생회비를 반강제적으로 징수하고 학생회비 환불 요청을 거부하는 등 학생회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학 간호학과 학생회는 지난 2월 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신입생들에게 나눠준 학생회비 안내문에 8학기 비용을 한꺼번에 책정한 학생회비 39만1천원을 '3월 2일까지 반드시 전원 입금해주세요'라고 명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신입생 A씨는 7일 "OT 때 학생회에서 안내문 달랑 한 장만 주고 어떠한 계획이나 설명도 없이 그냥 '3월 2일까지 전부 입금하세요'라는 말만 해서 무조건 다 학생회비를 내야만 하는 분위기였다"면서 "다른 학생들도 불만은 있었지만, (선배들과) 계속 봐야 하는 사이니까 다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교는 반강제적인 학생회비 징수는 잘못됐다고 판단해 원치 않는 학생들에겐 전액 반환해주고, 앞으로는 행사 때마다 학생들에게 예산을 공지해 회비를 걷게 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회에 학생회비 환불을 요구한 일부 신입생에게 돌아온 대답은 "졸업 시에 사용한 금액을 제외하고 환급해주겠다"였고 이들은 결국 환불받지 못했다.
학생들은 8학기 학생회비를 한꺼번에 수금하는 방식도 문제지만, 학생회비에 '과잠'(학과 단체복) 비용(휘장 포함 5만원)과 스승의날 행사 비용(1만원)을 포함해 강제로 과잠을 구매하거나 행사 비용을 각출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학생은 학내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과잠 강제 구매는 진짜 짜증이 난다. 입을 일도 없고 디자인도 별론데 왜 강제 구매하게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학생회비 책정 내역에 따르면 스승의날 행사는 재학생 한 명당 2천500원의 학생회비를 걷어 매년 약 200만원의 예산으로 행사를 진행하는데 이 또한 반강제적인 성격을 띤다.
신입생 B씨는 "모든 학생에게 스승의날 행사비를 갹출하고 매년 이 행사에 2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쓴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스승의날은 존경하는 교수님에게 편지 등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나이팅게일 선서식 및 전야제 행사에도 6만5천원의 학생회비가 책정돼 있는데 이중 촛값 6천700원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재학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초 한 개 값이 6천700원이라니, 초에 금을 발라놨냐"며 "작년에는 LED 초로 진행했는데 행사가 끝나자 다시 가져갔다. 6천700원은 어디서 나온 금액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학생회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학생회 측은 연합뉴스에 "지금까지 학과 온라인 카페를 통해 학생들이 학생회비 관련 회계 보고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공지했다"면서 "학생들이 학생회비와 관련해서 문의하면 공지를 통해 적절히 안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입생 A씨는 "신입생들에게 질문을 받는다고 했지만, 우리가 정말로 궁금한 것에 대해서 명쾌하게 대답해준 적은 없다"면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아예 통장 입출금 내역서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결제 영수증만 공개하고 입출금 내역이나 세부 품목 계산서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학생회 측에 학생회비 반강제적 징수, 과잠 강제 구매, 스승의날 행사·초 값 등 논란에 대해서 입장을 물어봤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학교 측은 "학생회비 지출 내역에 대해서는 총학생회에서 회계감사를 다 받고 그 결과를 온라인 카페를 통해 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회비는 과와 학부별로 금액도 천차만별인데다 이처럼 강제 징수 성격도 짙어 대학가의 고질적인 병폐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학생회비로 큰돈이 모이고 사용되는 만큼 입학 초기나 개강총회 등을 통해 현장에서 모든 학생에게 예·결산보고를 하고 투명하게 모든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학생회비를 왜 내야 하는지, 어디에 필요하고 어떻게 쓰이는지 예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예·결산 보고를 학생들 앞에서 직접 공개하면서 질문을 받는 등 학생회 스스로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swa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검찰 '교제살인 의대생' 사형 구형…유족, 판사 앞 무릎 꿇어(종합) | 연합뉴스
- 8년간 외벽 타고 200만원 훔친 '서울대 장발장'…풀어준 검찰 | 연합뉴스
- '강남 7중 추돌' 운전자 혈액서 신경안정제…'약물운전' 추가 | 연합뉴스
- 도로 통제 중이던 신호수, 트럭에 치여 숨져…20대 운전자 입건 | 연합뉴스
- 공항 착륙 전 항공기 출입문 연 30대, 승객 상해혐의도 집행유예 | 연합뉴스
- "스토킹 신고했는데도…" 구미서 30대 남성 전 여친 살해(종합) | 연합뉴스
- 차 몰면서 행인들에게 비비탄 발사…20대 3명 검거 | 연합뉴스
- 대치 은마상가 지하서 화재…1명 부상·200여명 대피(종합) | 연합뉴스
- '굶주린 채 사망, 몸무게 20.5㎏'…아내 감금유기 남편 징역 2년 | 연합뉴스
-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신뢰 잃은 게 사실…기꺼이 돕고 싶어"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