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원내대표 당선…영남권 물갈이 '공포'·용산 '픽'[막전막후]'
[서울=뉴시스] 정윤아 정성원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당선 이유 놓고 당 내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초반 대세론을 형성한 김학용 의원을 꺾었는데, 여당 텃밭 물갈이에 공포감을 느낀 영남권 의원들과 여소야대 국면에서 뛰어난 협상력과 강한 추진력이 필요했던 용산 대통령실의 합작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원내대표는 7일 소속 의원 115명 중 109명이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65표를 얻어 당선됐다. 수도권 4선 김학용 의원은 44표를 얻어 꿈을 이루지 못했다.
3.8전당대회 직후부터 가시화 된 원내대표 선거는 유력한 후보였던 박대출 의원이 김기현 당 대표의 요청으로 정책위의장직을 수락하자 김학용·윤재옥 2파전으로 형성됐다.
선거 초반 김학용 의원이 대세론을 형성했다. 김 의원은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의원들을 만나며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김 의원은 당내 보기 드문 수도권 4선 의원으로 오래전부터 당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리며 장기간 이번 경선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14 화이트 데이에는 당 여성의원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 의원은 수도권 원내대표가 나와야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다는 지역대표론을 펼쳤다.
일각에선 울산이 지역구인 김기현 당대표가 지역 안배를 위해 수도권인 김학용 의원을 원내대표로 밀고자, 박대출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앉혔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초반 원내대표 경선 판세는 김학용 의원이 7, 윤재옥 의원은 3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선거 초반 침묵을 지키고 있던 친윤계 핵심 A의원이 막역한 사이인 김 의원을 돕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하지만 지난달 말 당 안팎에서 김학용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경북 재선 B의원이 수석부대표가 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B의원에 대한 반발심을 가진 일부 의원들이 술렁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거기에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강경하게 막아섰지만 169석인 민주당은 상임위원회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4일 거부권을 행사하며 막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계속 민주당에 속수무책으로 계속 당해야하느냐는 문제 의식이 대두됐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을 상대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되면서 조금씩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김학용·윤재옥 모두 인품이나 실력이 좋지만 그래도 과거 드루킹 특검 협상 같이 큰 일을 해본 윤 의원이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솔솔 나왔다.
윤재옥 의원은 전당대회 상황에서 원내대표 선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옳지 않다며 지난달 초까지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 3·8전당대회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의원들을 만나러 다녔다.
윤 의원은 김 의원이 부산을 방문해 부산 지역구 의원들을 만난 다음날 부산으로 내려가 부산 의원들을 만났다.
또 포섭 목표로 삼은 의원들과 연이 있는 주변 지인들을 총동원해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PK지역 한 의원은 "윤 의원과 겹치는 지인이 좀 있었는데 그 분들이 다 전화가 와서 윤 의원을 뽑아달라고 하더라"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윤 의원은 김 의원에 비해 친화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차분한 성격으로 상대 의원의 말을 경청했다고 한다. 이에 초선 의원들도 공천의 불안감과 당내 고충을 윤 의원에게 편하게 털어놨다는 후문이다.
윤 의원은 처음부터 의원들과 언론에 자신의 강점인 협상력과 선거경험 등을 강조했다.
2018년 드루킹 특검 당시, 윤 의원은 수석부대표로서 민주당과 한달간 특검 세부사항을 씨름했다.
결국 드루킹 특검으로 김경수 경남지사가 유죄를 받고 지사직에서 물러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는 걸 거듭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야당이었던 시절 드루킹 특검이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 큰 타격을 입히면서, 모든 과정을 봤던 재선 이상 의원들에겐 '윤재옥이 일을 잘한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김재원·태영호·조수진 최고위원의 발언 논란으로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윤재옥 원내대표가 급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김학용 의원은 최근 최고위원들의 말실수로 피해를 입은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최근 최고위원들의 말 실수로 당이 어려워지지 않았느냐"며 "그래서 조금 더 안정감있는 원내대표를 원했다"고 말했다.
또 선거 막판 김기현 당대표의 '30석 축소'발언도 선거에 일부 영향을 줬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연일 지도부의 설화로 리더십에 공격을 받자 지난 6일 현 300석인 국회의원 의석수를 30석 줄이자고 주장했다.
문제는 여야가 논의해 오는 10일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토론하기로 한 3가지 선거제 개편안엔 의석수 축소가 들어가지 있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김 대표의 발언이 당내 설화 논란으로 불거진 리더십 문제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의 발언이 현실성이 없다고 해도, 총선을 앞두고 매번 나오는 영남권 물갈이론과 겹쳐 영남권 일부 의원들의 불안함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초반 김학용 의원과의 친분으로 망설이던 TK의원들도 김 대표의 해당 발언으로 윤재옥 원내대표 중심으로 뭉쳤다고 한다.
이미 이번 전당대회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에 TK 의원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원내대표만큼은 TK가 사수해야한다는 공감대는 일찍 깔려있었다고 한다.
대구 지역 한 의원은 "우리 지역에서 원내대표가 나와야 하지 않겠냐는 컨센서스(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초반부터 원내대표 선거에는 철저하게 무개입 원칙을 고수했다.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후보를 세우고 비친윤계 후보들과 각을 세우는 등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은 직후였기 때문이다.
다만 기류가 선거를 하루 앞둔 6일 바뀌기 시작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어제부터 기류가 바뀐 게 맞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선 여소야대 상황에서 강단을 갖춘 원내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중점을 둔 연금·교육·노동 3대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실수를 하지 않고 추진력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jungsw@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건희 행위 '국정농단' 칭할 수 있나" 국립국어원에 올라온 게시글
- '흡연 논란' 옥주현, 이번엔 목에 장침 꽂아 "흔치 않은 일"
- '강남역 여친 살해' 의대생 사형 구형…유족, 무릎 꿇고 엄벌 탄원(종합)
- [단독]'화천 토막 살인' 軍 장교, 살인 후 피해자인척 보이스톡…미귀가 신고 취소 시도
- 죄수복 입은 김정은 철창 안에…스위스에 걸린 광고
- 한지일, 100억 잃고 기초수급자 "고독사 두려워"
- '연봉 7000만원' 전공의 수련수당…필수의료 유입 실효성 의문
- 축구 경기중 날아온 '돼지머리'…발로 찼다가 부러질 뻔(영상)
- 추성훈 "사람 안 믿는다"…왜?
- 나나, 상의 탈의 후 전신타투 제거…고통에 몸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