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마약 음료’ 배포 일당 전원 검거…신종 ‘피싱’ 가능성
[앵커]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오늘 4번째 용의자를 검거했습니다.
이로써 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한 일당 4명이 모두 잡혔습니다.
경찰은 이번 범죄를 마약을 미끼로 내세운 보이스피싱, 이른바 '마약 피싱'으로 보고 배후를 쫓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내기 골프'를 치며 일행에게 마약이 든 커피를 마시게 하고 수천만 원을 뜯어내는가 하면,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는 손님이 필로폰을 탄 술을 마셨다가 직원이 숨지는 일도 있었죠.
모두 범죄를 목적으로 술이나 음료에 몰래 마약을 타서 마시게 한 사건들이었는데요.
최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마약 음료'가 건네져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마약 음료인 '메가 ADHD'는 시음 행사를 가장해 살포됐습니다.
학원가에서의 시음 행사는 종종 있는 것이어서 학생들은 경계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학생 A/음성변조 : "집중력 향상 음료라면서 나눠주고 조금 시음하면서 '한 줄 평' 써달라고 하고 있었어요."]
지금까지 경찰에 신고된 마약 음료 피해 건수는 6건.
하지만 마약 음료를 건네 받거나 마신 피해 사례는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학생 B/음성변조 : "이게 약국에서 파는 건데 '원래 이게 하나에 5천 원이다' 얘기를 하시면서 굉장히 많은 친구들에게 나눠주셨습니다."]
[학생 B/음성변조 : "저희 학급에서는 4명 정도 마신 거로 알고 있고. 그럼 전교생 중에서는 더 많이 마신 것 같아요."]
이에 따라 일부 학교는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고 경찰도 전국적으로 피해 신고를 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마약 음료 피해 학생들의 가족들 가운데 일부는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걸 신고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돈을 보내라는 이런 문자까지 받았습니다.
학생들은 해당 음료를 시음했어도, 마약 음료라는 걸 모르고 마신 약물 섭취 피해자이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자녀가 '마약'을 마셨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악용해 돈을 갈취하려는 일종의 '피싱' 수법을 사용한 겁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돈을 뜯는 '피싱' 범죄의 소재로 이렇게 '마약'이 쓰인 건 지금까지 없었던 일입니다.
우거진 풀 숲의 흙 속에 마약을 숨겨놓거나, 외진 길가에 있는 우체통에 마약을 감추는 등 남의 눈을 피해 소수만 접촉하는 게 마약 범죄의 전형적 특징인데요.
하지만 이번엔 유동 인구가 몰리는 시간대에, 다수에게 접근하는 대담한 방식을 쓴 것입니다.
마약 구하기가 전보다 쉬워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거로 보입니다.
실제로 SNS에서 어렵지 않게 마약 판매책과 접촉할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구매가 가능할 정돕니다.
[이범진/마약퇴치연구소장 : "필로폰 같은 경우에 1회 투약량이 30mg 정도인데, 그것이 가격이 한 10만 원대라고만 하더라도 쉽게 접근을 할 수가 있고, 2~3년 전에 비해서 (마약 유통량이) 두세 배가 늘어나 있다는 거죠."]
마약 음료를 살포한 4명 모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음료를 나눠줬지만, 마약이 든 줄 몰랐다고 진술했는데요.
경찰은 이들에게 아르바이트를 의뢰한 배후 인물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범행이 보이스피싱 조직처럼 해외에 본거지가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는데요.
명의를 도용한 '대포폰'을 이용해 범행을 지시한 거로 보입니다.
여기에 번호와 기지국을 조작하는 일명 '변작기'까지 동원하면, 경찰의 역발신 추적은 매우 어려워집니다.
경찰은 마약 음료가 대량으로 제조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사한 피해의 적극적인 신고를 권유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낯선 사람이 건네는 음료와 사탕 등은 절대로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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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화경 기자 (vivi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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