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불황 뚫고 선방한 LG전자…영업이익 삼성전자 추월
LG전자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사업구조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올해 1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불황에 직면한 반도체 사업을 갖고 있지 않아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영업이익 수치상 ‘가전 라이벌’로 꼽히는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이 20조4178억원, 영업이익이 1조497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22.9% 감소했지만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에도 수익성 측면에서 선방했다.
LG전자는 역대 1분기 실적 중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르긴 하지만 LG전자는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6000억원)을 추월했다.
이번 영업이익은 앞서 시장조사기관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전망치인 1조1000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LG전자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에 일시적 특허 수익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사업의 수익성이 대폭 강화된 것이라 의미가 크다”고 했다.
LG전자는 사업본부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업간거래(B2B) 사업 등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히트펌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고효율·친환경에 대한 시장 요구를 파악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고 볼륨존(Volume Zone·가장 큰 소비 수요를 보이는 영역)에 해당하는 제품군을 강화하는 등 고객 가치 극대화 노력이 성과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를 비롯해 모든 사업부가 흑자를 낸 것으로 본다. 가전과 TV 부문은 작년 4분기 재고 조정 이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프리미엄 가전 비중 확대, 원가 개선 등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던 물류비가 정상화한 점도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에도 워룸 (War Room)을 선제적으로 운영하며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성과로 가시화됐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변화에 둔감한 B2B 매출 확대로 상고하저 실적 패턴을 탈피해 분기 평균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달성이 기대된다”며 “B2B 매출 비중이 2020년 16%에서 2023년 32%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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