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설화에 진저리난 與, 진중한 전략가 택했다
돌부처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로
金과 양자토론 절박함으로 표심공략
대선캠프 상황실장 출신...대통령 신임
“야당과 협력해 국회 이끌어가길”
선거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김 의원에게 유리한 듯 보였다.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소통하며 스킨십을 강화해 온데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수도권 출신 원내대표론이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자 윤 신임 원내대표는 65표를 얻어 21표 차이로 김 의원을 따돌렸다. 의원들조차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발표 직후 곳곳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헀다.
이날 양측의 승부를 가른 것은 윤 신임 원내대표가 가진 장점인 안정감 덕분이다. 최근 여당의 지지율 하락은 잇단 말실수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 관련 발언이나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공기 다먹기 운동 등 여당답지 않은 가벼운 언사가 국민들에 실망감을 줬고 4.5 보궐선거 패배의 큰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한 대구경북(TK) 지역구 의원은 “최고위원들의 설화와 보궐선거 결과가 안정적 전략가 윤재옥에 힘을 실어줬다”며 “친윤과 비윤 모두 가벼운 스타일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 신임 원내대표는 말 없고 묵묵한 전략가로 정평이 나 있다. 대선 당시 상황실장 할 때도 웬만큼 언론에 떠들 수 있는데 한마디도 안하고 참았었다”고 설명했다.
윤 신임 원내대표가 보여준 절박함도 한몫 했다. 투표에 앞서 양자 토론 때 김 의원은 본인에게 할당된 시간을 남기는 여유를 보였다. 반면 윤 신임 원내대표는 차분히 주어진 시간까지 넘겨가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년 총선 수도권 승리를 위해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설파했던 김 후보에 대해 윤 신임 원내대표는 “김 의원이 수도권 원내대표를 많이 주장해서 데이터를 한번 찾아봤다”며 “그런데 우리 당이 수도권 원내대표였을 때 선거에서 이긴 사례가 거의 없었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선 의원은 “워낙 훌륭한 두분의 경쟁이라 상당수 의원들이 현장 토론회 등을 보고 최종 결정을 하자고 했다”며 “김 후보가 그간 애를 많이 써왔지만 이날 현장에서는 너무 여유를 부리고 준비가 부족해 아쉬웠다”고 관전평을 말했다.
결과 발표 직후 김 후보는 예상치 못했다는 듯 다소 상기된 표정이 엿보였다. 윤 신임 원내대표는 이를 파악하고 “당직자들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스럽겠지만 정리를 위해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겠다”며 곧바로 비공개 의원총회를 요구해 술렁이는 장내 분위기를 수습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윤 신임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당장은 기존 원내수석부대표단과 원내대변인을 국회 전원위원회 기간 동안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칫 원내지도부 구성으로 시끄러워질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수락연설에서는 “거대 야당 폭주를 민심으로 막아내고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상황실장을 충실히 수행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차기 총선을 위한 상황실장 역할을 이번에도 차질없이 완벽히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김기현 당 대표에 대해서는 “대표 표정이 어둡다. 잘 모시겠다. 원내 일로 당대표가 걱정 없도록 단디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당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됐으니 여당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을 마쳤다고 볼 수 있겠다”며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여소야대 상황이기에 야당과의 협력을 통해서 국회를 잘 이끌어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당정간 정책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있기에 새로운 원내대표가 가세하면 그런 흐름이 더욱 공고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새 지도부가 구성됐기 때문에 당정간 협의를 하는 등의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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