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홀대' 기류에 민주당, 이틀째 광주 찾아 텃밭 민심 달래기
광주 군 공항 이전·양곡법 등 현안 해결 나서
이재명 체제 후 주춤한 호남 민심 결집 시도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이틀째 광주에서 현장 일정을 진행하며 텃밭 민심을 다졌다.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 지도부에서 ‘호남 홀대론’이 나오자 송갑석 최고위원을 필두로 인적 쇄신을 거친 지도부가 광주를 방문해 광주 군 공항 이전,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결 등 지역 현안 해결에 나선 것이다. 이날 민주당은 정부여당 인사들의 ‘5.18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망언을 꺼내 들며 대여공세도 이어갔다. 이 대표 체제 후 주춤했던 호남 민심을 다시 결집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후 이 대표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광주 정신을 모독하는 집단이 더 이상 준동하지 못하도록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불가능’ 발언과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의 ‘5.18 민주화 운동 북한 개입 가능성’ 발언을 문제 삼으며 정부여당의 조치를 요구해왔다.
이 대표는 “얼마 전 전두환씨의 손자가 광주를 찾아 사죄했고 광주는 이를 따뜻하게 품어줬다”며 “진실과 용서, 화해라는 광주정신이 다시 한번 빛났다”고 칭송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역사와 정의를 부정한 정부여당의 망언이 끊이질 않으며 5월 정신을 모욕하고 있다. 5.18 정신을 계승하겠단 대통령의 약속도 대국민 거짓말로 귀결되는 모습”이라며 “망언 인사들에 대한 일벌백계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국방위원회에서 광주 시민들의 숙원인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이 처리됐다”며 “4월 국회 회기 내 특별법이 처리되도록 당력을 집중하겠다”고도 밝혔다.
지난 4일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를 요구(거부권 행사)한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현장 농민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농심(農心) 결집에 나섰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위기의 상황에 모든 농산물, 그중 주곡을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이 되면 심각한 국가위기가 될 수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농업을 정부여당과 다르게 안보산업 또는 전략산업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의 힘을 모아서 ‘쌀값 정상화법’ 재표결을 진행할 것이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재의결을 통해 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3월 대통령 선거에서 광주는 81.5%, 전남은 81.1%, 전북은 80.6%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광주는 전국 최저 투표율인 37.7%, 전남은 4년 전 지방선거 69.2%보다 크게 떨어진 58.5%, 전북은 48.7%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을 향한 정치적 탄핵’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이번 전주을 재보궐선거에서도 민심은 민주당계가 아닌 진보당을 택했다.
민주당도 이 같은 호남 민심 이상 징후를 의식한 듯 호남 몫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원외 인사인 임선숙 변호사에서 ‘비명(非이재명)’계 송갑석 의원으로 교체했다. 당내 총선 공천제도 태스크포스(TF)에도 비명계이자 호남지역 의원인 이개호 의원을 단장으로 선임했다. 이 대표가 ‘호남 홀대론’을 가라앉히고 체포동의안 표결 후 격화했던 내홍 속 호남을 다시 찾아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인 이병훈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호남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텃밭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광주·전남을 주말농장 같은 텃밭으로 취급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더 많은 애정을 기울여주길 부탁 드린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빈 (suv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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