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마켓관찰] 대형마트 셔틀버스 금지가 부른 나비효과
대형마트 초기 전통상인 주장
그후론 도심에 마트 들어서
전통시장 스스로 낸 '죽을꾀'
1990년대의 대형마트 붐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전국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이마트와 월마트, 까르푸가 들어서고 많은 사람들이 이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면서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다. 산처럼 쌓여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는 물건들, 그리고 깨끗한 공간.
이런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던 대형마트들은 최소 2000평 이상의 공간을 필요로 했다. 그런데 도심 한가운데에 그 정도 규모의 매장을 내기엔 용지 가격이 너무 비쌌기에 당시엔 주요 상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대신 셔틀버스 운행을 통해 주요 상권과 아파트 단지의 소비자들을 끌어모았고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마트의 셔틀버스로 대형마트를 찾는 것이 일상의 경험이었다.
그런데 대형마트로 인해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 입장에선 이게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 때문에 2001년에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들은 전처럼 고객을 유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특히나 이는 까르푸와 월마트 같은 외국계 대형마트에 더 큰 타격이 되었다. 이들은 본국에서 하던 방식으로 교외에 대형마트를 열었는데 셔틀버스 운행이 금지되면서 접근성이 큰 약점이 되었고 기존 점포의 수익성이 하락한 것이다. 반면 이마트는 이보다 높은 접근성으로 기존 점포에서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경쟁자에 비해 많은 점포 수로 달성한 규모의 경제 덕분에 대형마트 경쟁에서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하도록 한 전통시장은 이를 통해 이득을 보았을까? 단기적으로는 대형마트로 가기 힘들어진 소비자들이 근처의 슈퍼나 시장을 찾는 효과가 있긴 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오히려 훨씬 큰 독이 되었다. 셔틀버스 운행이 금지된 대형마트의 입장에선 지가가 저렴하단 이유로 외곽에 매장을 세우는 것의 이점이 사라졌고 이후의 대형마트들은 매장을 출점할 때 소비자와의 접근성을 매우 중요시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의 도심권 침투가 발생한다. 즉, 물리적인 거리에서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던 강점이 완벽히 무력화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직접적으로 맞붙는 경쟁 상대가 되었고 자본과 서비스, 위생 등 총체적으로 뒤처진 전통시장은 좀 더 빠르게 쇠락을 맞이하게 된다.
대형마트가 도심 한가운데로 침투한 것은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결과를 낳았다. 이커머스 시대가 열린 것이 그 직접적 원인이다. 이커머스의 시대가 되고 신선식품도 문 앞으로 배송이 되는 시대가 되자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동반 쇠락을 맞게 된다. 그런데 이 신선식품의 배송을 위해서 중요한 것이 바로 라스트마일, 고객의 문 앞까지 도달하는 거리를 최소화하는 개념이 매우 중요해진 것이다. 이를 위해 이커머스 기업들이 비싼 도심 한가운데에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 점이 대형마트에 있어 오히려 매장의 새로운 활용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주요 고객과의 도달 거리가 짧은 중요한 위치에 매장을 두고 있다. 따라서 라스트마일이란 개념으로 놓고 보자면 대형마트의 점포가 풀필먼트 센터로 활용될 수 있는 충분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대형마트들은 이커머스와 새벽배송의 시대에 맞춰 매장에서의 배송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하나의 현상을 막기 위한 규제는 시장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며 이후 산업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준다. 타다금지법과 택시 산업은 이와 동일한 교훈을 주는 또 다른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이것뿐만은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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