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걷기는 인간을 창조적으로 만든다
걷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수업 사이 두 시간 정도 시간이 비어서 남산을 거닐었다. 흙을 밟는 발바닥이 기뻐서 절로 리듬을 타고, 바람 타고 날아드는 꽃향기 풀냄새에 온 감각이 자지러졌다.
걷기는 참 신비한 활동이다. 무작정 걷다 보면, 어느새 우울한 마음은 잦아들고, 갑갑한 가슴은 풀어지고, 복잡한 머리는 가지런해진다. 막혀 있던 아이디어가 뚫리고, 생각지 못했던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걷기는 몸을 이동하는 행위만은 아니다. 뇌를 작동하는 스위치이자 마음을 치유하는 도구이며, 나를 둘러싼 세계를 탐구해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행동이다.
'걷기의 세계'(미래의창 펴냄)에서 셰인 오마라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대 교수는 걷기가 사고를 움직인다고 말한다. 몸을 일으키는 순간, 고요했던 심장 박동이 활성화하면서 뇌와 신체는 움직임에 대비하기 시작한다. 머리를 움직여 사방을 둘러보면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정신을 각성시켜 '인지적 활성화' 상태에 돌입한다. 따라서 마음을 바꾸려면 몸부터 움직여야 한다.
인간 정신은 움직임에 맞춰 진화했다. 엎드려 기다가 일어나 걸으려면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인지 운동이 필요하다. 걷기는 뇌의 경험을 바꾸고 사고를 움직이게 하며, 내면의 인지 지도를 다시 그리게 자극한다. 다리가 움직여야 머리가 작동하고, 머리가 작동해야 잘 걸을 수 있다. 다리와 머리의 공진화야말로 인간 능력의 비밀이다.
그러나 현대 도시인은 진화에 반하는 삶을 살아간다. 하루 대부분을 이동하는 상자(자동차, 철도 등)와 움직이지 않는 상자(건물) 안에 갇혀 사는 것이다. 앉아서 생활하면 몸과 마음은 빠르게 망가진다. 가만한 삶은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성인병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해서 수명을 빼앗을 뿐 아니라 뇌의 근육을 소실시켜 사고를 둔화시키고 감정을 망가뜨린다. 한마디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멍청해진다.
걷기는 인간을 창조적으로 만든다. 앉아서 대화할 때보다 일어서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더 빨리 과제를 해결한다. 회의실 안에서 머리를 맞대는 것보다 자판기나 탕비실 앞에서 이야기 나눌 때 더 많은 아이디어가 도출된다. 자유롭게 걸어다니면서 마음껏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없으면 회사는 서서히 약해진다. 저자는 말한다. "꽉 막힌 사무실에서 심오하고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심지어 무력감을 준다." 자유롭게 걸을 때 우리는 얽매인 문제에서 벗어나 해결 방안이 있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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