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인생 정물화' 그리기
내 삶을 상징하는 세 가지
여기에 각각 맞는 소품을 택해
사진 찍으면 그게 인생 정물화
세잔 하면 사과 정물화가 떠오른다. 인류 역사에 길이 남는 4종류의 사과로 아담과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스티브 잡스의 사과와 함께 세잔의 사과를 얘기할 정도다. 필자가 좋아하는 세잔의 그림 중에는 '생트빅투아르산'도 있다. 생트빅투아르산은 세잔의 고향인 프로방스 지방에 있는 산으로, 세잔은 1890년에서 1906년 사이에 이 산을 주제로 18점 이상의 그림을 그렸다. 똑같은 위치에서 바라보지만 아침, 낮, 저녁 등 시간에 따라서 변화하는 산의 모습을 담기도 하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생트빅투아르산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였다. 이 산에 관해 세잔이 실제로 그린 그림은 수십 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세잔을 떠올리면 사과와 생트빅투아르산의 편안한 이미지가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세잔의 그림을 포함해서 정물화가 주는 은유의 마법이다.
세잔이 사과나 산을 그렸듯이, 우리 각자의 삶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뜻밖에도 영국의 지성 찰스 핸디가 쓴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란 책을 읽다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실천으로 옮긴 사례를 발견했다. 찰스 핸디의 부인 엘리자베스 핸디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엘리자베스 핸디는 인물 전공 사진작가였다. 그런데 인물 사진을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찍는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하였다. 그 사람이 걸어온 인생을 상징적으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인물 사진을 찍는 것이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당사자의 삶을 상징할 만한 다섯 가지의 물건과 한 송이의 꽃을 탁자에 배치하고 사진을 촬영한다. 실제로 엘리자베스 핸디는 남편 찰스 핸디와 함께 36명의 인물에 관한 인생 사진을 찍고 이를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라는 이름의 책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인물 사진을 넘어 우리 자신의 인생 사진 또는 인생 정물화를 찍거나 그려보는 시도는,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유익한 작업이 될 것이다. 내 인생의 핵심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도록 스냅사진을 찍는다면 어떻게 찍어야 할까? 다소 엉뚱한 이런 질문을 통해 자기 삶의 모습을 정물화처럼 눈앞에 생생하게 보이게 할 수 있다.
필자가 고안한 쉬운 방법을 하나 제안한다. '자신의 삶을 상징할 만한 세 가지를 고르라.' 각자 답을 한번 생각해보자. 자신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요약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삶을 상징하는 세 가지를 고르라'는 질문을 받으면 두 가지 대답이 가능할 듯싶다. 하나는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것들을 고르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책, 자연, 가족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각자가 평생에 걸쳐 해온 일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중심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필자가 고른다면 디지털, 미래, 교육이다.
그렇다면 필자의 삶을 상징하는 인생 사진은 두 개를 찍을 수 있다. 하나는 책, 자연, 가족을 포함하는 인생 정물화다. 예를 들어 4월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책들을 펼쳐놓고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 미래, 교육이 포함된 인생 사진이다. 예를 들면 디지털, 미래, 교육이라고 쓴 세 개의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는 것도 단순하면서 괜찮은 나의 인생 정물화가 될 거 같다.
자신의 삶을 잘 표현해주는 소품이나 상황을 설정해서 자신만의 인생 정물화를 찍어보는 작업은 의외로 유익하고 의미가 있을 듯싶다. 필자도 생각만 해보고 아직 실제로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다양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뿌듯하고 멋진 작품이 되지 않을까 혼자 상상해본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인생을 잘 표현해주는 인생 사진, 인생 정물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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