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美 의회 합동연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달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연방의회에서 연설하기로 했다. 미 하원에서 연설한 최초의 외국인은 1824년 프랑스의 라파예트 장군이었다. 그는 개인 자격으로 미국 독립전쟁에 참전해 영국과 싸웠다. 프랑스 국민군 사령관을 지낸 뒤 은퇴한 그를 미국이 독립 50주년에 초청했다. 그해 미국은 백악관 북쪽 광장에 라파예트란 이름을 붙였다.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최초의 외국인은 1874년 하와이의 칼라카우아 왕이었다.
이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외국 지도자 연설은 지난해 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까지 총 125번 있었다. 개인으로는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번씩 연설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가 9번으로 최다이고, 한국은 윤 대통령 연설로 7번째가 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딱 한 번 했다.
우남 이승만은 휴전 이듬해인 1954년 7월 방미해 의회 연단에 섰다. 홀로 쓴 연설문을 외교 고문이던 로버트 올리버 박사에게도 미리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전쟁 참전에 감사를 표한 뒤 본론으로 치고 들어갔다. 중국을 공격해 본토를 자유 진영의 편으로 환원시키자는 파격적 주장이었다. 소련이 개입한다면 미국 공군이 그들의 수소폭탄 공장을 파괴하는 일이 정당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승만은 "내 주장이 강경정책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반쪽 공산주의, 반쪽 민주주의 상태의 세계에서는 평화가 회복될 수 없다"고 일갈했다. 70년이 지난 지금 읽어봐도 우남의 정세 인식은 빗나가지 않았으나 수용 불가능한 제안이었다. 국빈 방문이 아니었는데 의회 연설을 한 사람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그때가 한미동맹 60주년이었다. 영어로 연설한 사람은 이승만, 김대중, 박근혜였다. 윤 대통령도 이번에 영어 연설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미동맹의 세계사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종전의 문법이었다. 이제는 미래 세대를 맨 앞에 두는 것도 좋을 듯싶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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