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의존형 한국경제, 미래가 불안하다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월에 사상 최대치인 42억달러 적자를 보더니 2월에도 5억2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이런 식으로 적자가 쌓이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원화값이 급락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역시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찾아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는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탓이 컸다고 한다. 1~2월 반도체 수출은 124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2%, 금액으로는 92억달러나 줄었다. 경상수지 적자 총액보다 더 많다. 사실상 한국 경제는 반도체 수출 하나만 흔들려도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돼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위기에 처하는 셈이다.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다.
10년 전만 해도 반도체에 이 정도로 의존하지는 않았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 중 10%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7년 그 비중이 17%로 껑충 뛰더니, 이후 20% 안팎을 유지했다. 반도체 경기가 호황일 때는 그 혜택을 톡톡히 본 게 사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 덕분에 경제성장률이 2017년에는 1.1%포인트, 2018년에는 0.7%포인트 높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히게 된다.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경제성장률은 0.64%포인트 하락한다고 하니 지금처럼 반도체 수출이 계속 줄면 올해 1% 경제 성장조차 어려울 수 있다. 해외 투자은행 노무라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4% 뒷걸음질 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경제가 G5(5대 경제 강국)로 도약하려면 반도체에 버금가는 대박 산업이 여러 개 나와야 한다. 전기차와 2차전지 분야가 크게 성장하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전기차는 3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96%나 급증했다. 대박 산업이 나오려면 지속적인 혁신 외에는 답이 없다. 정부가 6일 반도체·차세대전지·디스플레이에 4조5000억원의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건 잘한 일이다. 정부 예산이 혁신의 마중물 노릇을 할 수 있다. 지속적인 규제 완화로 기업이 신바람 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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