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강남 바라보던 2030 …'살짝' 문 열렸을때 노려볼까
부동산 시장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분양시장만큼은 온기가 돌고 있다. 한산하던 시장이 북적이고 청약 경쟁률도 올라가는 모습이다. 정부의 제도 개편으로 자금 동원 능력이 있는 2030이나 1주택자들이 서울 강남 주택 청약을 노려볼 만한 기회도 생겼다. 강남 지역 아파트는 분양가가 비싸지만 주변 시세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싼 아파트가 많아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3월 초 서울 영등포구에 나온 영등포자이디그니티(185가구 모집)의 1순위 청약자 수는 2만명이었다. 1년 전 인근에 분양한 단지(1만1000명)의 두 배에 가깝다. 지난 4일 1순위에서 마감한 휘경3구역(휘경자이 디센시아)에도 1만7000명이 몰렸다.
지난해 말 이후 정부의 대대적인 청약 규제 완화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1월 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모두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과 분양가상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청약 문턱이 낮아졌다. 2년이던 1순위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1년으로 단축됐다. 해당 지역 2년 거주 요건이 없어졌다. 가구주가 아니어도 청약할 수 있고, 재당첨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4월 1일부터 중요한 청약제도가 또 하나 변경됐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강남3구·용산구에서도 전용면적 85㎡ 이하 청약 물량에 대해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는다. 강남권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분양가가 다른 곳에 비해 비싸다. 하지만 규제지역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주변 단지 시세 대비 낮은 수준에서 분양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입주자를 선정했다. 상대적으로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이 적은 2030세대는 당첨 기회가 아예 없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이달부터 전용 60㎡ 미만은 전체의 60%, 전용 60~85㎡ 이하는 전체의 30%가 추첨제로 공급된다. 규제지역이라 청약통장 가입 기간 2년을 채운 가구주면 1순위 자격을 받을 수 있다. 분양시장 상황이 이렇게 바뀌면서 자금 동원 여력이 충분한 2030세대나 '갈아타기'를 노리는 1가구 1주택자들에게 강남 청약 문이 열렸다.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도 없어졌다. 기존 집을 유지하고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도 된다.
올해 강남3구에서 분양이 예정된 곳은 꽤 많다. 주요 단지를 보면 상반기에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이 176가구, 7월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이 296가구 일반분양을 준비 중이며 하반기에는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일반분양 497가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일반분양 263가구) 등이 예정돼 있다. 이 중 상당수 물량은 수요가 높은 85㎡이하 중소형이다.
특히 강남3구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최대 수억 원 낮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3.3㎡당 최고 분양가는 2021년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의 5653만원이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급증해 올해 분양되는 강남권 아파트 분양가는 이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청담르엘의 분양가가 평당 6000만원대 초반에 책정될 경우 전용 84㎡는 적게는 20억원, 많게는 23억원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주변 단지인 '청담자이'의 전용 82㎡는 최근 2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자금 조달 여건도 좋아졌다. 지난달부터 중도금대출이 가능한 분양가 상한선이 없어져서 강남 아파트도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첨제 물량은 2030 무주택자와 1주택자 모두 당첨될 수 있지만 확률적으로 2030세대 무주택자가 유리하다. 현행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엔 추첨제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우선 공급에서 탈락하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경합하는 식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국토부에 확인한 결과 이 규정은 청약제도가 개편돼도 남을 예정이다.
서울의 A아파트가 분양되는데 전용 84㎡ 물량이 100가구라고 가정해보자. 지금까지는 모두 가점제로 분양됐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가점제가 70%, 추첨제가 30%가 된다. 다시 말해서 100가구 중 70가구는 무주택자끼리 경쟁해서 가점 순으로 당첨이 된다. 이들 당첨자가 걸러지고 남은 30가구 중 23가구(76.7%)를 가지고 떨어진 무주택자끼리 추첨을 해서 경쟁을 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7가구를 갖고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다시 한번 경쟁을 하게 된다. A아파트 전용 84㎡에 청약하려는 무주택자가 100명, 1주택자가 100명이라면 무주택자 93명은 어떻게든 당첨하도록 돼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1주택자 100명과 '정말 운 없는' 무주택자 7명이 최종 7채의 주택을 가지고 경쟁(경쟁률 15.3대1)을 하게 된다. 2030세대 무주택자는 하나의 청약에서 '명목상으로' 3번의 기회를 갖게 되고, 1주택자는 단 한 번의 기회만 생겼다.
확률이 여전히 '바늘구멍'임에도 이 제도의 폭발력에 관심이 가는 것은 저가점자의 청약시장 유입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아예' 없는 것과 낮은 확률이라도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강남3구 청약을 노리는 2030세대 무주택자건, 1주택자건 주의할 점이 있다. 분양가가 시세 대비 메리트가 있지만 철저한 자금 조달 계획 없이 청약에 뛰어들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일 경우에는 실거주 요건이 있고, 당국의 자금 출처 조사에도 대비해야 한다. 또 아직 규제지역이기 때문에 서울의 다른 지역과 달리 1순위 자격이 까다롭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 1년이 경과한 가구주와 가구원 모두 1순위 청약을 할 수 있었다. 반면 규제지역에서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 2년을 채운 가구주에게만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한편 3~4월 들어서 청약제도는 큰 변화를 잇달아 맞고 있다. 우선 무주택자만 가져가던 미분양분을 지역 제한 없이 전국 어디서나 다주택자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부정 청약으로 계약이 취소된 물량은 기존처럼 해당 지역 무주택 가구주에게 분양한다.
최대 10년에 달하는 전매제한 기간도 수도권 최대 3년, 비수도권은 최대 1년으로 단축됐다. 서울은 강남3구와 용산(3년)만 제외하면 대개 1년이다. 다만 전매제한 완화와 '세트' 격인 실거주 의무 폐지는 아직 이뤄지지 않아 반쪽짜리 규제 완화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가상한제 주택과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현행 주택법상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다. 정부는 전매제한 완화와 함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한 개정안이 국회 소위원회에서 아직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실거주 의무까지 폐지되면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은 오는 12월부터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진다.
한편 이번 전매제한 기간 완화는 소급적용돼 규제가 시행되던 시기에 분양을 실시한 단지들도 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힐스테이트 센트럴 위례, 위례포레자이 등 북위례 지역 단지들의 전매제한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또 2020년 분양된 경기도 과천지식정보타운 공공택지 아파트들도 올해 10월부터 매도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분양 사전 청약은 분양가를 낮추고 분양시장 소외층이었던 젊은 층에 문을 넓히면서 관심을 끌었다. 정부는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70%(나눔형)나 80%(일반형) 이하로 낮췄다. 나눔형·토지임대부 물량의 80%를 젊은 층에 특별공급한다. 기존에 있던 신혼부부·생애최초 비율 55%를 65%로 높이고 새로 청년층 특별공급을 15% 도입했다. 청년층은 결혼하지 않은 20·30대를 말한다.
[손동우 부동산·도시계획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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