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링클라이밋나우] '폭염·가뭄·열대야' 한반도 덮친 이상기후
지난해 여름 이른 열대야와 폭염이 덮쳤다. 지난해 6월 하순부터 7월 상순까지 전국 평균기온은 26.4도에 달했다. 특히 6월 하순에는 최저기온이 매우 높아 서울과 수원, 원주 등 14개 지점은 예년보다 이른 시점인 6월 25~27일 사이 6월 열대야가 관측 이래 첫 발생했다. 강릉에서는 6월 28일 밤 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밤 최저기온 30.1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이 같은 분석을 담은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가 발간됐다. 국무조정실과 기상청이 공동 주관해 발간하는 이 보고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24개 기관, 51명의 집필진이 참여해 지난해 발생한 이상고온과 집중호우, 태풍, 가뭄 등 이상기후 발생과 분야별 피해 현황을 정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는 이른 열대야와 폭염으로 사회 경제적 피해가 막심한 해였다. 최고 기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7월 2~3일 의성과 안동, 상주 등 경상 내륙지역 중심으로 일 최고기온이 35~38도를 기록했다. 6월 하순에서 7월 상순 전국 평균, 최고, 최저기온은 각각 26.4도, 30.8도, 22.8도에 이른다.
원인으로 덥고 습한 남서풍이 강하게 유입된 점이 지목된다. 6월 하순부터 찬 공기를 동반했던 제트기류가 우리나라 북쪽으로 이동했고, 이와 동시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부근까지 북상하면서 가장 자리를 따라 남서풍이 강하게 유입된 것이다.
늦가을에 해당하는 11월에도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평균 최고기온은 16.5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이례적 고온이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강릉과 인제, 군산, 부산 등에서는 한달의 절반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상기후 현상으로 사회 모든 분야가 피해를 입었다. 농업 부문에서는 여름철 남부지방 가뭄으로 전라남도에 1422ha의 농작물 피해를 입었으며, 환경 부문에서는 폭염으로 낙동강 유역에 대규모 녹조가 발생했다. 수도권 일대 러브버그 대규모 출현 등 이상기후 발생에 따른 해충 피해도 증가했다. 폭염으로 156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온열질환자는 전년 대비 13.7% 증가한 것이다.
산업과 에너지 분야도 타격을 입었다. 6월 이른 더위, 7월 폭염 및 열대야 등의 영향으로 냉방 수요가 증가해 하계 건물 부문 전력 수요가 최대치를 기록했다. 9만 932기가와트시(GWh)로 전년대비 4.6%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는 이른 열대야와 폭염 외에도 중부지방 집중호우와 남부 지방의 극심한 가뭄, 7년 연속 9월 태풍 등으로 시달린 해였다. 지난해 8월 장마 기간과 장마 종료 후에도 정체전선이 주로 중부지방에 위치하면서 시간당 100 mm가 넘는 강한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해 사망 17명 실종 2명이라는 19명의 인명피해와 3154억 원의 재산피해, 409.7ha의 농경지 유실 및 매몰, 가축 3만 3910마리 폐사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남부지방은 지난해 내내 가뭄을 겪었다. 12월까지 기상가뭄이 지속됐다. 1974년 이후 가장 많은 227.3일의 기상가뭄 일수를 기록했다. 신안과 영광, 진도, 무안 등 전남 지역에선 6~7월 사이 1442ha에 달하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섬진강 권역 댐 저수율이 지난해 12월 기준 예년의 54.8%로 떨어질 정도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5개다. 평년 3.4개보다 많았다. 7년 연속 9월에 태풍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경주와 포항 등 국내 여러 지역이 9월 일강수량 극값을 경신했다. 많은 양의 비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해는 중부지방의 집중호우와 남부지방의 가뭄, 초강력 태풍 등을 경험하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이제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상황이 다가왔음을 깨닫게 된 한 해 였다”고 평가했다.
이상기후 보고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법’에 따라 2010년 이후 매년 발간되고 있다. 기후정보포털(www.climate.go.kr) 열린마당 발간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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