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에 빠졌던 소년은 어떻게 거장이 되었나
그가 만든 음악과 글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지난달 28일 7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자서전이 공교롭게 이달 초 신간 개정판으로 나왔다. 2009년 출간 후 절판됐던 책으로, 자신의 음악 여정을 반추한 담백한 글이다.
이미 1980년대에 아시아 최초 아카데미 음악상을 비롯해 그래미, 골든글로브 등의 상을 거머쥐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만큼 사카모토의 천재성과 위대한 업적을 설명하는 길은 백이면 백 다양할 것이다.
그는 전적으로 기억에 의존해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기록하는 방법을 택했다. 자신의 예술 세계가 어린 시절부터 접한 음악, 문학, 영화 등 다양한 작품과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 의해 직조됐다는 믿음이 뿌리 깊기 때문일 것이다. 작곡 공부에 천착한 중학생 시절,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고등학생 시절, 세계적인 밴드 옐로매직오케스트라(YMO)의 멤버이자 솔로 음악가, 또 '전장의 크리스마스' '마지막 황제' 등 유명 영화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한 과정을 덤덤하게 풀어낸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런스' '레인' 등 우리에게도 익숙하고 세련된 음악의 창작 뒷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지나온 삶을 또렷하게 기록할 수 있었던 건 그에게 '음악'이라는 또렷한 렌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고, 일로 바빴던 부모님이나 드물었던 동네 친구 대신 피아노와 영화·책 등으로 자기 세계를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음악과 예술이 하나의 언어로 자리 잡은 듯하다. 그 스스로도 "언어두뇌라든가 공간두뇌라는 말이 있지만, 내 경우는 음악두뇌라고 할 사고회로를 경유해 다양한 것을 느끼고 사고한다"고 표현했다.
그의 음악 세계에는 주로 격식을 깨고 선을 넘나든 아티스트들이 큰 영향을 끼쳤다. 어려서부터 '금기'에 대한 감수성이 남달랐던 그에게 바흐, 드뷔시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우상이었다. 학창 시절엔 비틀스나 롤링스톤스 같은 록밴드에도 깊이 빠졌다. 실험적인 음악을 한 존 케이지, 예술의 틀을 깬 백남준도 마찬가지다. YMO 멤버와 주고받은 자극과 갈등도 사카모토의 음악에 직접적인 동력이 됐다.
그러니 지난해 우리나라 가수 유희열이 사카모토 곡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을 때 사카모토가 낸 입장은 거장의 넓은 아량일 뿐 아니라 진실된 신념이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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