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철과 좋은 기업은 세상을 지탱하는 존재
인생·경영 묵직한 가르침 담아
국내 굴지의 제강사 대한제강을 60년 가까이 키워낸 고(故) 오완수 대한제강 회장의 자서전이 출간됐다. 책은 고인이 생전에 2012년까지 집필한 글을 모았다가 지난해 별세한 그의 1주기에 맞춰 세상에 나왔다.
1939년 경북 의성 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9명의 동생을 둔 맏이로 자라났다. 경기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부친이 세운 대한상사(대한제강의 전신)에 1965년 입사했다. 한국 전쟁 직후 대한상사를 설립한 부친 오우영 초대회장은 부산 국제시장 내 한 칸짜리 철물 노점상에서 시작해 대한상사를 국내 철강업의 주역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뜻을 이어받은 오완수 회장의 적극적인 경영 덕분에 대한제강의 매출액은 2021년 1조1466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늘 현장에서 답을 얻을 것'과 '권력의 힘을 빌려 쉬운 길을 택하지 말 것'을 내세운 기업인이었다. 책에는 자신의 공장을 곧 종교처럼 삼으며 현장을 진두지휘하던 '오반장' 오완수 회장의 면모가 담겨 있다.
자서전엔 한 세대를 앞서 대한제강의 전신 대한상사를 설립한 선친에 대한 기억도 담겼다. 묵묵한 신뢰로 고비를 넘기고 회사를 살려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그는 기업인으로서의 성실함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철의 특성과 역할을 보면서 나는 가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세에 대해 힌트를 얻기도 한다. 고열과 고압에 시달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기에 구조물의 뼈대가 되고, 기둥이 되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체를 지탱하는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철이다."
대한제강에 수십 년 세월을 바치며 한 길을 걸어온 기업인은 삶에 꼭 필요한 덕목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균형과 조화로움이 섞인 중용의 도, 도전·열정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결핍의 중요성이다.
이제는 세상을 떠난 부친을 두고 오치훈 대한제강 사장은 '매일 아침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세수를 마치고 전국 거래처에 전화를 돌리던 아버지'로 기억한다. 아들은 "아버지는 떠나셨지만 아버지께서 만들었던 철근들이 세상 어딘가에 건재하듯, 아버지의 삶이 보여준 가치도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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