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이익 14조→6000억 ‘털썩’···반도체 14년 만에 적자 전환

반도체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에 그치며 14년 만에 1조원대 이하로 내려갔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96% 가까이 줄어드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원칙을 깨고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로 2분기에도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4조1200억원) 95.7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돈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매출도 63조원을 기록해 19% 줄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조사기관 에프앤가이드가 예상한 1분기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인 매출 64조원, 영업이익 1조원 수준에 못 미쳤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해온 반도체 담당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가 난 것으로 추정한다. 정보기술(IT) 수요 위축 속 반도체 재고가 쌓이는 데다 주력 메모리 반도체인 D램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다. 시스템 반도체도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이 둔화했다. 반도체 사업은 2009년 1분기 7100억원의 적자를 낸 후 이번에 처음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하며 전사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실적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전자는 이날 인위적 감산 돌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하면서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내림세가 진정돼 업황 반등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듯 단기 생산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탄탄한 수요가 있다고 보고 인프라와 연구·개발(R&D) 투자는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감산 수준이나 기간 등이 불확실하고 전자기기 수요가 코로나19 확산 때처럼 늘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단기간 내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고객사 재고 수준이 낮지 않고 서버 수요 강도도 강하지 않아 재고 감소 가능성이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감산 공식화 소식에 주가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33% 오른 6만5000원에 마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