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집이 있는 편이 오히려 장수하는 '비만의 역설' 진짜?

박정렬 기자 2023. 4. 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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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 사는 김순례(74·여)씨는 날마다 집 근처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을 찾는다. 두 시간 이상 수영, 사우나를 하며 건강을 관리하고 식단도 야채 위주로 구성한다. 김씨는 "나이 들어 아프면 나도, 자녀들도 고생이라는 생각에 몸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하는 70~80대들이 늘고 있다. 20년 전보다 체형이 곧아졌고 평균 키는 2㎝ 이상 증가했다. 꼬부랑 할아버지·할머니는 '옛말'이다. 여성의 경우 체중까지 줄어 비만도(체질량지수, BMI)도 예전보다 더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6일 70~84세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령인구 인체치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키, 몸무게, 다리·팔 길이, 허리둘레 등 모두 360개 항목을 실제 측정해 평균치를 냈다.

조사 결과,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고령층의 평균 키는 남성 165.7㎝, 여성 152.1㎝였고 평균 몸무게는 각각 66.8㎏, 56.7㎏였다. 20년 전(2003년)과 비교해 평균 키는 남성이 2.9㎝, 여성은 2.7㎝ 커졌다. 몸무게는 각각 5.1㎏, 1㎏이 늘었다.

키가 자란 건 허리와 등이 꼿꼿해졌기 때문이다. 3차원 스캐너로 얻은 인체 형상 데이터에서 7080세대 중 허리가 굽지 않고 바로 선 '바른 체형'의 비율이 83.4%로 압도적이었다. 뒤로 젖힌 체형은 13.8%로 뒤를 이었고 허리를 앞으로 숙인 '꼬부랑' 체형은 2.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표준원은 "소득수준 향상과 꾸준한 자기관리 덕분"이라 해석했다.

한국인 고령층 평균 키와 몸무게 변화. /사진=국가기술표준원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액티브 시니어'의 특징은 비만도 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측정 대상 3명 중 1명이 비만으로 남성은 38.3%, 여자는 42.2%이 해당했다. 남성의 경우 BMI 평균이 2023년 23.2에서 2014년 24.2, 지난해 24.3을 기록해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은 평균 24.9에서 25를 거쳐 24.5로 줄었다. BMI에 따른 비만도는 저체중(18.5 이하), 표준체중(18.5~22.9), 과체중(23~24.9), 경도비만(25~29.9), 중도 비만(30 이상)으로 구분된다. 이번 조사에서 비만은 BMI 25 이상으로 측정됐다.

다만, 나이가 들어 BMI를 기준으로 엄격히 체중을 관리하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고 근감소증·노쇠가 가속해 오히려 사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소 살집이 있는 편이 오히려 장수하는 '비만의 역설'이다.

실제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연구팀이 국내 65세 이상 노인 17만639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과체중(22.5~24.9)의 사망 위험을 1로 볼 때 비만(BMI 25~29.9)의 사망 위험은 남성 0.86, 여성 0.84로 모두 기준보다 낮았다. 이보다 뚱뚱한 BMI 27.5~29.9의 사망 위험도 남성 0.79, 여성 0.89로 역시 기준 이하였다. 반면, BMI 22.5 이하일 때는 수치가 낮을수록 사망 위험이 컸다. 표준체중에 가까운 BMI 17.5~19.9는 사망 위험이 기준의 약 2배(남성 1.84, 여성 1.94)였다. 특히, BMI 16.0~17.5의 저체중은 사망 위험이 남성 2.87, 여성 2.94로 기준의 3배가량 높았다. 연구에서 건강한 장수를 위한 노인의 BMI는 남성은 27.5~29.9, 여성은 25~27.4로 평가됐다.

조정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BMI는 체지방만을 보여주지 않으며 근육량이 많거나, 영양 상태가 좋아도 더 높게 측정된다"라면서 "가까운 일본에서는 BMI를 기준으로 표준체중을 25로 상향하는 등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제자리"라고 말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특히 고령층은 △BMI 30 이상 △BMI가 27.5 이상이면서 병을 앓는 경우를 제외하면 체중 감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된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여러 가지 병에 걸리기 쉬운데 이때 약물·수술과 같이 치료에 버틸 '생존 체력'을 위해서라도 무리한 다이어트는 금물"이라며 "BMI를 맹신하지 말고 평소 잘하던 운동인데 어느 날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체중은 그대론데 팔다리가 얇아지고 배만 나오는 등 생활 속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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