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억' 삼성 '1.5조' LG…14년 만에 바뀐 전자업계 실적 '1위'
삼성전자, 14년 만에 영업익 1조 원 못 미쳐
'최악 성적' 삼성전자, 이례적 감산 조치
LG전자, 삼성전자 영업익 2.5배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쇼크' 여파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 아래로 주저앉은 가운데 LG전자가 1조4974억 원의 잠정 실적을 내놓으면서 가전 업계 실적 1위 자리가 14년 만에 바뀌었다.
◆ '직격탄' 맞은 반도체…삼성전자 "IT 수요 부진 영향"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5.75% 줄어든 6000억 원, 매출은 같은 기간 19% 줄어든 63조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분기 실적으로 1조 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9년 1분기(5900억 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삼성전자가 받아 든 성적표는 '어닝쇼크'를 점친 증권가 영업이익 예상치와 비교해도 5000억 원 이상 낮은 수치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1조1억 원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에 한참 못 미친 실적을 거둔 데는 반도체 수요 급감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과 재고 증가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됐다"며 "메모리 부문은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다수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하면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전례 없는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2분기 437억 달러 수준이었던 시장 규모는 올해 1분기 168억 달러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 '비상경영' 고삐 당긴 LG전자, 1분기 영업익 1.5조 '선방'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강도 높은 비상경영 체제 전환 주문 아래 지난해 11월부터 각 사업부서와 본사 조직 구성원을 중심으로 '워룸(전시작전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불황 극복 전략 실행에 주력해 온 LG전자는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날 LG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20조4178억 원, 영업이익 1조497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22.9% 줄어든 수치지만, 삼성전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수치로 시장 기대치를 넘어섰다. 에프앤가이드는 LG전자가 올해 1분기 매출액 20조7489억 원, 영업이익 1조109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LG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사 워룸 테스크 등 사업 구조와 오퍼레이션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전사적 노력이 사업 성과로 가시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단위 흑자 전환에 성공한 VS(전장)부문의 성장세가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출범한 VS사업본부(출범 당시 VC사업본부)는 2015년 '반짝 흑자'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169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사상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울러 같은 해 매출 8조6496억 원을 기록하며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증권가에서도 LG전자 VS부문이 회사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전장 부문은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다"며 "인포테인먼트 사업부도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와 LG마그나 E-파워트레인에서 기존 고객들의 물량이 계속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삼성·LG, 이유는 다르지만…나란히 주가 '상승곡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지만, 주가 흐름은 나란히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 종가(6만2300원) 대비 4.33%(2700원) 오른 6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은 삼성전자의 경영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1월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인위적 감산은 없다"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지만, 결국 노선을 바꿨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감산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재고 급증도 감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DS부문 재고는 2021년 말(16조4551억 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29조576억 원으로 무려 77%(12조6025억 원)가량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황에 전략적인 대응을 통해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며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 외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례적 조치에 대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리한 생산→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업종 '치킨게임' 우려가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LG전자의 주가 역시 상승흐름을 이어갔다. LG전자는 전날 종가(11만3900원) 대비 0.35%(400원) 오른 11만4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무감산 기조 철회로 주가 흐름이 달라진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실적 기대감이 반영되며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로 LG전자 주가는 지난 1월 2일 8만6400원에서 3개월여 만에 30% 이상 급등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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