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교뿐 아니다…분당 탄천 도로교량 15개 '중대결함'에도 '양호'

(성남=뉴스1) 구윤성 기자 = 경찰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3.4.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5일 붕괴된 정자교 등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탄천을 지나는 도로교량 17개 중 15개가 과거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음에도 '양호'(B) 등급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자교 역시 붕괴 직전 점검에서 양호 등급을 받은 바 있어 점검 부실이 지속돼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성남시 등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청이 관리하는 탄천 위 도로교량은 총 17개다. 사고가 난 정자교, 사고 이후 통제된 수내교·불정교 외에 △구미교 △궁내교 △금곡교 △돌마교 △미금교 △방아교 △백현교 △사송교 △서현교 △야탑교 △양현교 △하탑교 △이매교 △오리교 등이다. 2016년 준공된 이매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1993~1994년 준공됐다.

이 가운데 이매교, 오리교를 제외한 15개 교량에서 2012년 5월 정기안전점검 결과 '중대결함'이 발견됐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중대결함은 시설물의 구조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함을 말한다.

당시 발견된 결함은 교대와 교각에서 발생한 균열이다. 교대와 교각은 다리 전체의 하중을 지탱하는 주요 구조물에 해당한다. 교대는 다리 양 끝에서 지면과 맞닿은 구조물을, 교각은 교대 사이에서 다리 상부 구조를 지탱하는 여러 개의 구조물을 각각 말한다.

하지만 중대결함이 발견된 당시 점검에서 15개 교량 모두 양호 판정을 받았다. 안전점검에 관한 국토안전관리원의 세부지침에 따르면 양호 등급은 보조부재에서 경미한 결함이 발생됐지만 안전에는 문제가 없고 일부 보수가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사고가 난 정자교는 붕괴 전 마지막 점검인 지난해 11월 정기안전점검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반면 주요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한 경우 '미흡'(D) 등급에 해당한다. 주요부재에 경미한 결함이 발생했지만 시설물의 안전에 지장이 없다면 '보통'(C)로 규정한다.

이 같은 기준에 비춰보면 과거 중대결함이 발견됐음에도 양호 판정을 받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30년 이상 건설업에 종사한 관계자는 "통상 중대결함은 시설물의 붕괴 증상이 보이는 결함을 말한다"며 "중대결함이 발견되면 사용 중지까지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역시 "하부 구조(교대·교각)에 발생한 균열이 통상적인 수준이 아니고 허용치를 벗어났다는 의미"라며 "그랬는데도 양호를 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성남시청 관계자는 "결함이 발견된 이후 보수 작업을 벌였고 그 이후 점검에서 해당 부재(교대·교각)에 대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대결함이 발견된 15개 교량은 이듬해인 2013년 2월쯤 보수를 시작했고 같은 해 10월쯤 완료했다.

한편 정자교 붕괴 사고는 지난 5일 오전 9시45분쯤 발생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소재 탄천을 가로지르는 정자교의 한쪽 보행로가 무너지면서 해당 교량을 건너던 30대 후반 여성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