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교 붕괴 후폭풍'…압수수색과 기자회견 뒤엉킨 성남시
오후에는 성남시, 구청, 점검 업체 등 5곳 압수수색
성남시는 안전점검 업체 등 자체 조사 나서기로
신상진 시장 "담당 부서·공무원도 조사해 책임 물을 것"
피해자 사연 알려지자 시민들, 꽃다발 쪽지 통해 추모
지난 5일 발생한 정자교 보행로 붕괴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합동감식과 강제수사가 7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경찰의 강제수사 대상에 포함된 성남시는 안전점검 업체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붕괴 원인은?…경찰, 국과수 합동감식 나서
경기남부경찰청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 수사 전담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부터 국과수 관계자, 과학수사자문위원 등 22명과 함께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감식은 정자교 상부 보행로가 끊어진 지점과 교량 하부, 하천에 쏟아진 잔해물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경찰 등은 보행로가 끊어진 부분의 절단면 모양과 경사, 보행로 아래 상수도관이 지나갔던 부분, 드러난 철근 등을 살폈다.
보행로 중 아직 무너지지 않은 부분과 반대편 보행로의 구조도 함께 점검했다. 끊어진 부분의 시멘트 조각 일부를 수거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붕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무너진 보행로 상태와 잔해 등을 분석할 계획"이라며 "설계 및 시공뿐 아니라 관리에도 하자가 없었는지 함께 살펴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 사고 발생 2일 만에 강제수사 착수
경찰은 합동감식과 함께 성남시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전담팀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성남시청과 분당구청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시청과 구청 외에 교량 점검 업체 5곳에 대해서도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앞서 경찰은 분당구가 지난해 8월 29일부터 11월 26일까지 3개월간 진행한 관내 교량 정기 점검 당시 정자교에 대한 안전진단을 한 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점검 과정 전반에 대해 여러 사실관계를 확인한 바 있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교량 설계부터 시공까지 하자가 없었는지 조사하는 한편, 그간 이뤄진 안전 점검 및 보수 공사와 관련한 내역 전체를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성남시도 안전점검 업체 등 자체 조사
압수수색을 당한 성남시는 안전점검 업체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시는 이날 오전 1시 정자교 붕괴 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위해 설계부터 시공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분석하겠다"며 "정자교 붕괴 사고와 관련해 안전점검을 실시한 업체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정자교는 지난 2021년 5월 안전점검 결과, 노면 등 일부 보수가 필요한 C등급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시는 2022년 8월부터 12월까지 바닥판 표면보수와 단면보수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안전점검 업체가 미리 붕괴 조짐을 발견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사고 이후 탄천 내 교량을 둘러본 결과, 보행로 부분에는 하중을 지탱할 받침대가 없어 보행로에 생기는 균열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며 "미리 이상함을 발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의문을 갖고 철저히 규명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이와 함께 △캔틸레버 방식으로 지어진 교량 16개소 보행로에 하중을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물(잭서포트) 설치 △탄천 내 교량에 20개소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실시 △관내 교량 191개소 긴급안전점검 실시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사고 피해자 가게에 꽃다발…추모 이어져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40대 여성 A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추모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A씨는 20년 경력의 헤어디자이너로, 3년 전 본인의 가게를 차리겠다는 꿈을 위해 사고 장소와 불과 50m 떨어진 곳에 1인 미용실을 차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자교는 그가 매일 이용하던 출퇴근 길로, 사고 당일도 예약 손님을 받기 위해 다리를 지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A씨가 운영하던 미용실과 무너진 정자교 앞에 쪽지와 함께 꽃다발을 두고 그를 추모하고 있다.
쪽지에는 '부디 이곳에서의 어떤 아픔도 기억하지 마시고 좋은 기억만 안고 가시길', '선생님이 해 주셨던 머리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좋은 분 만나 참 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겨 믿기지 않습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앞서 지난 5일 오전 9시 45분쯤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중 정자역 반대 방향 보행로 부분 50m가량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당시 정자교를 건너고 있던 A씨와 B(20대)씨가 5m 아래 탄천 보행로로 추락했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A씨는 숨지고, B씨는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시는 30년 전인 1993년 6월 20일 총길이 110m, 폭 26m 규모로 정자교를 준공했다. 이후 관련법에 따라 매년 상하반기 1회씩 관내 교량을 정기점검 하고, 2년에 한 번씩 정밀점검을 실시해왔다.
한편 시는 정자교를 비롯해 처짐 등의 결함이 발생한 불정교를 전면 차단한데 이어 수내교의 보행로 통행을 차단했다. 이어 이날 오전에는 민원이 접수된 수내교의 보행로를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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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준석 기자 lj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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