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처리수’의 진실, 과학적 사실과 정서적 거부감 사이 [쓴소리 곧은 소리]

고범규 사실과과학네트웍 정책기획본부장 2023. 4. 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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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년간 방류 예정인 삼중수소 총량 2.2g, 중국 한 해 배출량의 1/10 수준
日 후쿠시마현이 제공하는 실시간 방사선 모니터링을 한글로도 해줄 필요 있어

(시사저널=고범규 사실과과학네트웍 정책기획본부장)

필자는 2002년 민주노동당 입당을 시작으로 지난 20여 년 이상의 세월을 진보정당 당원으로 살아왔다. 필자도 과거엔 "원자력은 위험하고, 재생에너지가 미래 에너지의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지녔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둘 다 충분히 안전하며, 중요한 에너지원"이라고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과학적 사실의 전달은 그리 쉽지 않다고 느낀다. 특히, 최근 벌어지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여부를 놓고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을 지켜보면서 과학적 사실관계의 전달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체감하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해 우리 정부는 ①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 ②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검증 ③그 과정에 한국 전문가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세 가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제1야당 소속 정치인 중 일부가 "과학적이고 검증 가능한 후쿠시마 원전오염수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일본 현지와의 연대를 강화해 방류 반대 여론을 공론화할" 목적으로 일본 후쿠시마를 방문했다. 정부와 제1야당이 주장하는 내용의 공통점은 과학적이면서 객관적 검증을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처음부터 '방류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 방류 반대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불확실하거나 낯선 대상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거부감을 갖는 정서적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과연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를 둘러싼 과학적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과학적 진실이 밝혀지면 대중의 정서적 거부감은 해소될 수 있을까.

4월6일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한국YWCA 연합회 회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계획 철회,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적극 저지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불확실하거나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이해해야

우선 현재의 논쟁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물질은 삼중수소다. 삼중수소는 약 12.3년의 반감기를 갖는 방사성 핵종이다. 자연상태에서는 우주 방사선에 의해 대기 상층부에서 매년 약 150~200g이 새로 생성된다. 한편, 인공적 요인의 삼중수소 중 절대적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대기권 내 핵실험으로 생성된 것들이다. 프랑스 IRSN에 따르면 1950~70년대 대기권 내 핵실험으로 생성된 삼중수소는 약 600kg에 달하며, 현재 20kg에 조금 못 미치는 양이 바닷물 속에 남아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매년 배출 예정인 삼중수소 양은 얼마일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공표한 수치대로라면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보관된 삼중수소 총량은 약 2.2g으로 이를 매년 약 0.062g씩 나누어 30~40년간 배출할 예정이다. 이러한 양은 중국이 매년 우리 서해바다를 향해 방출하는 삼중수소 양과 비교한다면 10분의 1 수준이다. 또한, 프랑스 라헤이그 핵연료 재처리소에서는 2018년 한 해 동안 38.6g의 삼중수소가 배출되었는데, 이는 후쿠시마에서 매년 배출할 양의 600배를 넘는다. 그러나 후쿠시마가 방출할 0.062g의 삼중수소도, 그 10배가 넘는 중국의 삼중수소도, 600배가 넘는 프랑스의 삼중수소도 환경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적 사실이다. 핵실험으로 생성된 600kg의 삼중수소가 핵실험장 인근에만 일시적 환경 영향을 끼쳤을 뿐, 지구 환경 전체적으로 보면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다. 연간 배출량이 수십g 미만이라면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조차 환경 영향을 끼칠 수 없다.

그럼에도 후쿠시마 현지 어민들과 일본 주민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신과 불안감이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2019년 5월과 2022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후쿠시마를 방문해 현지의 공간방사선량을 측정한 바 있는데, 원전으로부터 20km 이상 떨어진 곳은 원전 북서쪽 방향에 위치한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우리나라 서울보다 공간방사선량이 낮았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현지 주민들 사이에 남아있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구입하지 않는 소비자가 다수였다.

후쿠시마 지역 방사선량, 서울보다 낮아 

후쿠시마 방문 때 당국의 살처분 명령을 거부하고 소 200여 마리를 계속 돌보던 희망의 목장 요시자와 마사미씨를 만났다. 그는 "2014년 무렵 키우던 소 중 20여 마리에서 털변색이 발생했는데, 방사선 피폭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시자와씨가 운영하고 있는 희망의 목장은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약 14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2017년까지 거주가 금지되었던 곳이다. 요시자와씨는 "사고 첫해 내 몸에서 지역 주민 중 두 번째로 많은 66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되었다. 방사선 피폭 위협에 굴하지 않고, 원전 폐지 운동에 앞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요시자와씨가 밝힌 6600베크렐의 체내 세슘 누적량은 잘 모르는 이들이 듣는다면 대단히 많은 양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6600베크렐의 세슘 누적으로 인한 내부 피폭량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연평균 피폭되는 자연 방사선량의 4%에 불과한 매우 적은 양이다. 그러나 요시자와씨를 비롯한 주민 상당수는 이러한 방사성 물질의 양이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과학적으로는 주민들이 섭취하는 음식물을 안전하게 생산-관리-유통하고 있었으나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데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후쿠시마현과 일본 부흥청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누구나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에서 검출된 방사선 수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렇게 하고 있는데도 후쿠시마 현지 주민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까지 막연한 불안감을 주고 있다면 소통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의 자료 공개는 계속하되 우리나라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동일한 자료를 한글로 번역한 페이지에서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둘째, 베크렐이나 시버트 등의 단위는 일반인에게는 어렵다. 이를 X레이 몇 회 분량 등으로 표현을 바꿀 필요가 있고, 삼중수소는 아주 적은 양이 아닌 이상 베크렐 단위가 아닌 그램이나 밀리그램 등 일반인에게 조금 더 친숙한 용어로 바꿔야 한다.

셋째, 방사선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이 초미세먼지에 의한 건강 영향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연간 피폭되는 인공 방사선과 자연 방사선의 총합은 X레이를 73회가량 찍었을 때의 양과 비슷하다. 이러한 방사선량이 야기하는 추가 암발병 위험도는 초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위험도의 약 20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낮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역사적 배경 때문에 특수한 관계에 놓여 있다. 외교-안보-경제 측면에서는 경쟁적 협력 관계지만 정서적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남아있음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과학적이지 않은 이유로 일본을 견제하려 한다면 나중엔 우리 역시 과학적이지 않은 이유로 역풍을 맞이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고범규 사실과과학네트웍 정책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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