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불러도 왜 계속 먹고 싶을까? '이것' 의심해봐야
사람들은 매일 끼니 때가 되면 음식을 반복적으로 먹는다. 물론 때로는 끼니 때가 아니어도 뭔가를 먹고 싶어 하거나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도 씹을 거리를 찾는다. 혹은 몸 안에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착각하며 무언가를 억지로 먹거나, 배가 부른대도 계속 음식을 먹고자 한다. 이와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음식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나친 식탐, 약물·알코올중독과 뇌 비슷하게 활성화
음식중독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식탐'을 의미한다. 식탐은 배가 불러도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먹으면 뇌의 보상 중추가 자극받아 도파민을 분비하고 쾌감과 보상감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조절되지 못하면 행동 강화를 부추겨 끊임없이 먹게 된다.
보통 허기가 지면 위에서 배고픔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위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뇌로 신호를 전달하여 음식을 찾는 것이다. 배고픔을 느끼는 곳은 뇌의 '시상하부'인 셈이다. 즉, 음식중독은 시상하부 보상중추에 문제가 생기며 나타나는 질환이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유은정 원장(서초좋은의원)은 "폭식증과 같은 음식중독환자의 뇌를 살펴보면 마약중독, 게임중독같이 특정 행동을 취했을 때 보상중추가 활성화된다"라며 "음식을 먹고 나서 활성화되는 뇌의 보상체계 부위가 마약 복용 후 증상과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주로 설탕이나 밀가루 같은 정제탄수화물을 섭취했을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 뇌 전체로 전달된다. 이때 쾌감이 반복적으로 유발되면서 서서히 음식에 중독되는데, 이 과정이 약물중독과 유사하다. 즉 음식 자체가 쾌락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먹는 것을 찾게 된다.
유 원장은 "음식중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자신이 음식중독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음식중독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닌 뇌에 이상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내버려 두지 말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음식중독, 고혈압·고지혈증·당뇨 등 만성질환 유발
음식에 중독되면, 이미 많이 먹어 배가 꽉 찼는데도 계속 먹고 싶은 욕구가 끊이지 않고 점점 더 많은 양을 먹고 싶어진다. 당과 지방 함량이 높은 △피자 △초콜릿 △쿠키 △아이스크림이나 소금과 지방 함량이 높은 △감자칩 △감자튀김과 같은 음식은 음식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원인 식품으로, 뇌의 중추를 자극하는 감칠맛(Palatability)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음식을 습관적으로 끊임없이 먹고자 한다면 음식중독이 유발되고, 비만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는데, 비만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과 같은 질환이 동반될 위험이 높다. 하지만 음식중독환자는 계속해서 먹을 것을 찾기 때문에 비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민건강통계 2021'에 따르면 2012년 32.8%였던 19세 이상 성인 비만 유병률은 2021년 37.2%까지 증가했다. 특히 남성의 비만율은 2021년 44.8%까지 치솟았다. 대한비만학회 분석 결과, 2009~2019년 11년간 남성에서의 고도비만, 초고도비만 발병률이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먹방 자주 시청하면 음식중독 걸릴 수도
음식중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만성 스트레스가 있다.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현대인들은 이를 풀기 위해 음식을 찾게 된다. 이때 스트레스가 일부 해소되는 느낌이 들고 다음에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또다시 먹으면서 음식중독에 걸리는 것이다. 현대인의 절반 이상이 시달리는 수면 장애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이것이 배고픔을 억제하는 '렙틴호르몬'에 영향을 주어 음식을 찾게 된다.
또 다른 요인으로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도 있다. 탄수화물은 코르티솔과 마찬가지로 렙틴호르몬이 작용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가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대부분은 탄수화물 중심이기 때문에 환경 자체가 음식중독을 일으킨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먹방' 같은 음식 콘텐츠 시청도 음식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대(University of Oxford)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두뇌와 인지(Brain & Cognition)'에 '먹방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발표했다. 먹방이 비만 유발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 핵심 결론으로 '푸드 포르노'라 불리는 음식콘텐츠가 두뇌의 보상중추를 자극해 식탐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스트레스 관리 필수…음식도 중독된다는 인식도 중요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음식중독 유발 요인을 피해 혼자서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음식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음식 섭취 조절이 어려운 것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의학적 문제라는 것을 일차적으로 이해하고, 심한 경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행동치료 등의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음식중독을 유발하는 환경을 멀리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탄수화물은 음식중독을 유발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면 도움 된다. 건강한 음식 재료의 목록을 적어 장을 보고, 되도록 집에서 조리해 식사하고, 고열량이나 고지방 음식을 서서히 줄이면서 식단 일기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음식중독 체크리스트>
아직 의학적인 기준으로 채택된 것은 아니지만, 흔히 사용되는 체크리스트로써 세계보건기구(WHO)의 진단 기준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아래 항목 중 적어도 3가지 이상이 해당될 경우 음식중독이라고 정의한다.
- 음식을 먹을 때면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남기지 않고 다 먹게 된다.
- 더 이상 배고프지 않고 배가 부른 데도 음식을 계속해서 먹고 있다.
- 가끔 음식 먹는 것을 줄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할 때가 있다.
- 하루 중 많은 시간을 과식으로 인해 축 처져있거나 피로감을 느끼면서 보낸다.
- 내가 음식을 과다하게 혹은 빈번하게 섭취하느라 업무 시간, 가족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 중요한 약속이나 여가활동에 지장을 받으면서 음식을 먹은 적이 여러 번 있다.
- 음식을 일부러 끊거나 줄였을 때 금단증상(불안, 짜증, 우울감, 두통)이 나타난다.
- 불안, 짜증, 우울감 혹은 두통 같은 신체증상 때문에 음식을 찾아 먹은 적이 있다.
- 특정 음식을 일부러 끊거나 줄였을 때 그 음식을 먹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경험한 적이 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유은정 원장 (서초좋은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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