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꺼져가는 VR 시장 불씨 살릴까… 기대반 우려반
VR 시장 침체에 기업들 시장 철수 움직임
팀 쿡 CEO “우리는 다를 것” 자신감
올해 혼합현실(MR) 헤드셋 공개를 앞둔 애플이 꺼져가는 가상현실(VR) 시장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선 애플이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보여준 역량을 VR 시장에서 재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혁신을 보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9일 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6월 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자사 연례행사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리얼리티 원’ 또는 ‘리얼리티 프로’로 명명된 MR 헤드셋을 선보일 예정이다.
MR은 VR과 증강현실(AR)의 장점을 혼합한 기술이다. 기존 VR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반투명 렌즈를 통해 AR처럼 현실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나온 정보에 따르면, 애플의 MR 헤드셋은 신형 맥북에 들어가는 ‘M2′ 칩과 혼합현실 전용 칩인 ‘리얼리티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또 기기 외부·내부에 10개 이상의 카메라, 8K(7680x4320) 해상도(한 렌즈당 4K) OLED 디스플레이 등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은 알루미늄·유리·탄소 섬유로 구성된 스키고글 형태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플랫폼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보다 얇고 가벼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메타 퀘스트 프로(수평 106도)를 웃도는 수평 120도의 시야각을 제공하고, 착용자의 동공 간 거리에 맞게 소형 모터로 내부 렌즈의 위치를 자동 조정하는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VR 시장은 침체를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해 VR 헤드셋 판매량은 전년보다 2% 줄었고, 전 세계적으로는 AR 헤드셋과 함께 12% 이상 판매량이 감소했다. 시장분석업체인 CCS인사이트 조사에서도 VR 헤드셋과 AR 헤드셋의 지난해 전 세계 출하량은 960만대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는 최근 메타버스 전략 부서를 해체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최근 가상현실 작업 공간 프로젝트인 알트스페이스VR(AltspaceVR) 서비스를 중단했다. 소니는 올해 플레이스테이션 VR2 헤드셋의 생산 계획을 약 20%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MR 헤드셋 브랜드 피코(Pico)의 지난해 출하량은 당초 예상보다 40% 감소했다.
메타버스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페이스북에서 사명까지 바꾼 메타플랫폼까지 최근 핵심 전략을 VR 대신 인공지능(AI)으로 변경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이 VR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애플이 아이폰과 애플워치, 에어팟 등을 통해 디바이스 시장에 큰 변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는 최근 투자 보고서를 통해 “현재로서는 AR·VR 헤드셋이 가까운 미래에 소비자 가전 분야의 차세대 스타 제품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면서 “애플의 행사는 AR·MR 헤드셋 기기가 이 같은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팀 쿡 애플 CEO도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의심했던 분야에서 애플은 성공을 거둬왔다”며 “구글과 메타의 가상현실 제품과는 다를 것”이라며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전·현직 애플 직원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애플 내부에서 MR 헤드셋의 시장성과 실용성, 가격에 대한 문제점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들은 MR 헤드셋 사업에 대한 의문 때문에 일부 직원이 관련 프로젝트에서 이탈했다고 전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도 디자인팀이 MR 헤드셋 출시를 미루자고 건의했으나 경영진이 기존 일정을 밀어붙였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였던 마이클 가텐버그도 지난해 12월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기고를 통해 애플의 MR 헤드셋이 ▲높은 가격 ▲짧은 배터리 사용시간 ▲게임 외 활용성 한계 등의 이유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 리얼리티 프로(리얼리티 원)의 가격은 최소 3000달러(약 395만원)에서 최대 4000달러(약 527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올해 목표 출하량도 150만대 미만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VR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헤드셋의 불편한 착용감과 즐길 콘텐츠가 부족했던 것”이라며 “가격과 상관없이 애플이 이 문제점 중 하나만 해결해도 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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