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둔화' 美, 비농업 고용 23.6만명으로 '뚝'···연준 '피벗' 빨라질 듯
1분기 기업 해고 전년比 4배 급증
GDP 예상치는 3.5%→1.5% 하락
"7월 침체 시작 확률 97%" 전망도
"美경제 강하지 않다는 증거 쌓여"
미국 경제가 침체(recession)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3월부터 단행한 금리 인상이 고용과 같은 실물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본격화하면서다. 은행 위기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고용 시장 둔화의 신호까지 겹치면서 침체가 생각보다 빠르고 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연준이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3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자수는 23만 6000명으로 예상(23만 명)보다는 다소 많았지만 2월의 32만 6000명에서 대폭 감소했다. 민간부문 고용자수 변동도 18만 9000명으로 2월의 26만 6000명은 물론 예상(21만 8000명)을 모두 밑돌았다. 다만 실업률은 3.5%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고용시장이 점진적으로 식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마지막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22만 8000건으로 시장 전망치인 20만 건을 상회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미국 기업의 해고 상황을 가늠하는 척도다. 시장이 주목한 부분은 올 들어 실제 실업수당 청구가 그동안 알려졌던 것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미 정부가 이번 발표부터 새로운 계절 조정 공식을 적용하면서 기존 수치가 개정됐다. 이에 따르면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월 이후 한 주도 빠짐없이 20만 건을 웃돌았다. 기존에는 대부분 20만 건에 미치지 못했다.
고용은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침체를 판단할 때 고려하는 핵심 지표로 최근 고용 둔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기업의 감원 통보는 총 27만 4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6% 상승했다. 앞서 미 고용부는 2월 기업들의 구인 건수가 993만 건을 기록해 202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건을 하회했다고 발표했다.
근로자들의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의 퇴사율은 지난해 4월 역대 최고 수준인 3%에서 올 2월 2.6%로 하락했다. BMO캐피털마켓의 금리 전략가인 벤 제프리는 “미국 경제가 더 높은 금리를 견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소비를 이끌던 서비스업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2로 기준치인 50을 상회했지만 3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국내총생산(GDP) 예측 모델에 따르면 1분기 GDP 예상치는 지난달 23일 3.5%에서 현재 1.5%까지 떨어졌다.
은행의 혼란도 주요 경제 변수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고객 대출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은행의 혼란이 반드시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지만 침체와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채권 투자 업체인 핌코는 6~12개월 경제 전망에서 “최근 은행 부문의 불확실성은 상당한 신용 경색을 초래하게 되고 이에 따라 더 이른 시일 내에 보다 깊은 침체가 올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올 7월 경기 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을 97%로 산출했다. 직전 분석에서는 침체 시기가 9월로 예측됐다.
연준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고용·신용 외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5월 감산 계획을 밝히면서 유가의 향방도 미지수가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연말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93달러로 오른다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5%, 배럴당 113달러일 경우 5.5%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고유가 시나리오는 가계 구매력에 타격을 줘 성장률에 마이너스가 된다”며 “이 경우 유가가 안정될 때보다 침체가 더 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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