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멈추는 고리2호기 원전… 수명연장 심사 줄줄이 대기
한수원, 2025년 6월 재가동 목표 제시
원안위, 인허가 수요 증가 대응 총력
고리2호기 가동 중단을 앞두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기대와 긴장감이 맞물리고 있다.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계속운전(수명연장)을 신청한 원전 인허가가 줄줄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당장은 고리2호기가 멈춰도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진 않지만 제때를 놓친 계속운전 시기가 더 지연되면 비용이나 수급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한수원 등에 따르면 고리2호기는 오는 8일 운영허가 기간 만료로 원자로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고리2호기는 1977년 5월 26일 착공돼, 1983년 8월 10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국내 세 번째 원전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원전 설계 수명은 40년이다. 고리2호기의 지난 40년간 누적 발전량은 부산 시민 전체가 9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1955억kWh 규모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해 4월 고리2호기 계속운전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PSR)를 제출했다. 통상 국내에서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된 원전을 계속운전하려면 약 3~4년 전부터 관련 작업을 해야 한다. 고리2호기가 가동 중단을 피하기 위해서는 2019~2020년에 계속운전을 신청했어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신청 시기를 놓쳐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 입장이다.
한수원은 향후 원안위 인허가 심사를 계속 받아야 하는 만큼 고리2호기에 근무하던 인력 대부분이 가동이 멈춘 원전에 그대로 근무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수원은 자체 안전성·경제성 평가와 이사회 의결을 통해 PSR을 제출하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RER) 주민공람 및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 이후 PSR 심사, 운영변경허가 심사 및 승인, 설비개선은 원안위 주도하에 한수원이 협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새로 운영을 시작했거나, 운영을 앞둔 원전이 있어 고리2호기 중단이 전력 수급 차질을 야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신한울 1호기가 가동되고 있고, 올해는 신한울 2호기를 시작으로 새울 3·4호기가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준공될 예정이다. 신한울 3, 4호기는 내년에 착공해 오는 2032~203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속운전 시기가 지연되면 비용은 늘어날 수 있다. 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로 전력 결손을 모두 대체할 경우 연간 연료비 부담은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고리2호기가 2년간 가동이 중단된다면 경제적 손실이 3조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 가정으로 구체적인 대체 전력원 구성 비율은 전력거래소가 조정하고 정부는 원전 정비 일정 조정, 발전기 출력 상향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2호기 외에도 현 정부 임기 내에 계속운전이 필요한 원전은 최소 10기다. 고리3, 4호기는 고리2호기에 이어 지난해 9월 계속운전 PSR을 제출했고 한빛1, 2호기, 한울 1,2호기는 모두 올해 안에 계속운전 PSR을 제출할 예정이다. 내년 3월에는 월성 2, 3, 4호기가 계속운전 PSR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5년까지 고리2호기처럼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고리3호기(2024년 9월), 고리4호기(2025년 8월), 한빛1호기(2025년 12월)다.
최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2호기 계속운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황 사장은 5일 부산 기장군 고리본부에서 개최된 고리2호기 계속운전 추진 다짐 행사에서 “고리2호기 계속운전 사업이 원전 10기 계속운전의 첫 단추인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완벽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2025년 6월에 고리2호기를 재가동한다는 목표다.
고리2호기 계속운전을 위해 약 1758억원의 추가 설비투자를 실시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한수원은 1997년 이후 고리2호기의 안정성과 성능 개선을 위해 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안정성 증진 설비개선 77건(1792억원), 기타 설비 운영개선 122건(1456억원) 등이다.
한수원뿐 아니라 원안위도 고리2호기 이후 늘어나는 계속운전 인허가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올해 주요 추진 계획으로 제시했다. 고리2호기 계속운전 심사계획은 지난해 말 원안위에 보고됐고, 현재 본심사에 착수한 상태다. 신규 원전 및 계속운전 인허가는 원안위 산하 전문기관 KINS 심사, 전문위 검토, 원안위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원안위는 고리2호기 등 계속운전 PSR이 제출된 원전에 대해 최신 기술기준을 활용해 안정성을 철저히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원안위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을 개정해 계속운전을 위한 PSR 제출 시기를 설계수명 만료일 10년 전부터 5년 전(기존 5년 전부터 2년 전)으로 앞당겼다. 설비 개선을 적기에 수행하고, 심사 기간을 충분히 확보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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