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불 골프’ 김진태, 술자리까지

이승재 2023. 4. 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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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당 지도부에서 설화(舌禍) 같은 논란이 생겨서 대단히 안타까운 상황도 있었고, 또 우리 당을 이끌어나가는 지도층에 있는 분들 사이에서 언행이 부적절해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오늘(7일) 아침 의원총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오늘(7일) 아침 의원총회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당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이런저런 사고까지 터지자 수습에 나선 겁니다.

최근 김재원, 태영호, 조수진 최고위원 등이 '말'로 많은 비판을 받았죠.

여기에 지난주 산불이 났을 때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31일 강원도 홍천군 산불 진화 작업 중에 골프 연습장을 찾았고, 김영환 충북지사는 제천 산불로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술자리에 참석했습니다.

■ 골프 연습한 뒤 술자리까지 참석했다

그런데 좀 더 취재해 봤더니, 김진태 지사는 홍천 산불이 났던 날(3.31) 골프 연습을 한 데 이어 한 식당을 찾아 지인들과 '술자리'까지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지사가 골프 연습장을 찾았던 지난달 31일 김 지사의 일정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당일 김 지사는 오후 1시 반에 강원도 고성에서 '식목일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에는 강원도청이 있는 춘천으로 돌아왔는데 이때 논란이 된 골프 연습장에 들른 겁니다.


산불이 나서 한창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인데, 왜 강원도청으로 안 가고, 갑자기 골프 연습장에 들른 걸까요? 그것도 평일 오후에 말이죠. (이후 1시간짜리 연가를 냈다고 해명했지만, 사흘 뒤에 신청한 거로 드러나 논란만 키웠습니다)

알고 보니 김 지사는 이날 저녁 6시에 지인들과의 식사 일정을 잡아 놓은 상태였습니다.

강원도청 관계자와 김 지사 주변인 등의 말을 종합해 보면, 김 지사는 식목일 행사를 마치고 춘천으로 돌아왔는데 저녁 식사 자리까지 1시간 남짓밖에 안 남아 도청으로 안 가고 골프장에 잠시 들렀다고 합니다.

김 지사 측은 원래부터 골프 연습을 간 게 아니라, 골프 연습장 관계자를 만나러 갔다가 그 사람이 자리에 없자, 30분 남짓 골프 연습을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골프 연습장 관계자와 김 지사는, 과거 김 지사가 변호사 시절부터 친분을 가져온 사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김 지사는 종종 이곳을 찾아 골프 연습을 해 왔다고 합니다.

취재진은 김 지사가 평소에도 일과 중에 골프 연습을 하는지 관계자들에게 캐물었지만, "평일에는 주로 새벽 시간대에 온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불가피한 술자리였을까?

그럼 골프 연습을 하고 난 뒤 찾은 '저녁 자리'는 산불 진화 상황 속에서도 가야 할 만큼 불가피한 자리였을까요?

김 지사 측 주변인을 취재해 보니, 그날 저녁 약속은 산불이 발생하기 전에 잡혔던 김 지사의 개인 일정이었습니다.


김 지사가 골프 연습을 하고 술자리까지 가졌던 지난달 31일, 홍천에 산불이 났을 뿐 아니라 원주에도 산불이 났었고, 저녁까지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때 투입돼 있던 진화 인력도 2백 명이 넘습니다.

또 하루 전날인 3월 30일에는 강원도 화천군에 대형 산불이 나 한때 '산불 2단계'가 발령됐었고, 이 불은 18시간 만인 31일 아침에야 겨우 큰 불길이 잡혔습니다. 완진시간은 4월 1일 오후 3시로, 올들어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총 9백여 명의 진화 인력이 투입됐고, 68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됐습니다.

김 지사 측은 31일 저녁 자리에 대해 “업무 협의을 위한 저녁 약속 자리였으며, 음주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또 "3월 31일 발생했던 홍천 산불은 17시 55분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라며 "보도에 언급된 만찬은 산불 진화 후 이루어진 것으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입장을 추가로 냈습니다.

김 지사 측은 당시 저녁 자리가 '업무 협의'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자리는 공식 일정도, 외부에 공개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또 술자리는 있었지만, 김 지사의 음주 여부 자체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해명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또한 주불이 잡힌 것은 큰 불길이 잡힌 것으로 산불이 '완전 진화'된 것은 아닙니다. 실제 산림청은 그날 저녁 7시 이후에도 대원 30여 명이 남아 뒷불을 감시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 5헥타르 이상 산림 태운 3월 18일에도 골프..."그날은 산불 나기 전 아침에 쳤다"

다른 산불 때는 김진태 지사가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KBS는 산림청의 3월 산불 자료를 수집해 분석해 봤습니다. '5헥타르'를 기준으로 이보다 더 많이 산림을 태운 산불을 찾아 보니 3월에 이틀(18일, 31일) 있었습니다.

31일은 앞에 살펴본 홍천 산불이고, 18일에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서 산불이 났습니다. 이날 산불로 20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됐고, 한때 신기리 주민 7명이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산림청 보도자료를 찾아 확인해 보니, 산림 당국은 그날 '산불 1단계'를 발령했으며 야간까지도 진화 인력과 특수 장비를 투입해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날도 김진태 지사는 해당 골프 연습장을 찾아 골프 연습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은 “주말이었고, 개인 시간이었다”는 해명을 전해왔습니다. 강원도청 측은 또, 지난달 18일 진부면 산불은 "크지 않은 산불"이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후 본 기사가 나가자 강원도청은 뒤늦게 입장자료를 내고 "골프연습장을 방문한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전 8시경 까지였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산불이 나기 전 시간이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시 강원도는 산불특별대책기간이었고, 18일 오전 당시엔 불이 나진 않았지만 24시간 산불 상황 대응실을 가동하며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한 상황이었습니다. 김진태 지사가 업무를 총괄하는 대책본부장입니다.

물론 봄철 산불은 하루에도 여러 건 일어납니다. 작은 산불까지 모두 도지사가 챙기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봄철이면 유난히 대형 산불이 잦아서 늘 전 국민을 긴장하게 하는 강원도의 재난 총괄 본부장이, 산불이 연이틀 발생한 날 업무시간에 골프 연습을 하고 저녁에 술자리까지 가졌던 건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한 광역자치단체의 관계자는, 재난을 대하는 건 결국 도지사의 '정무적 판단과 태도'라면서도 이번에 김 지사가 보여준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산불 진화를 직접 지휘하지는 않아도 도지사로서 각종 행정적 지원 업무를 지시하면 재난 대응이 훨씬 빨라진다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취재한 자세한 내용은 오늘 저녁 KBS 9시 뉴스 등에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이승재 기자 (sj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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