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전략 유지하며 호황기 대비"···삼성, 설비·R&D 투자는 안 줄인다

노우리 기자 2023. 4. 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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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메모리 감산에 나섰지만 시설 투자(CAPEX)와 연구개발(R&D) 면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유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 투자에 역대 최대인 53조 1000억 원을 집행했고 이 중 90%에 달하는 47조 9000억 원을 반도체 사업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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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투자 '53조' 역대 최대]
평택·美 테일러시 인프라 확대 집중
삼성디스플레이서 20조 빌리기도
AI용 제품 등 포트폴리오도 다각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제공=삼성전자
[서울경제]

삼성전자가 메모리 감산에 나섰지만 시설 투자(CAPEX)와 연구개발(R&D) 면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유지한다. 기술 초격차 전략을 유지함과 동시에 인공지능(AI), 전장용 반도체 등 신시장 제품 수요를 기반으로 시장이 되살아나면 경쟁사에 비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7일 잠정 실적 설명 자료를 통해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반도체 수요가 전망된다”며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R&D 투자 비중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 투자를 전년과 비슷한 규모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 투자에 역대 최대인 53조 1000억 원을 집행했고 이 중 90%에 달하는 47조 9000억 원을 반도체 사업에 썼다. 2020년 이전 20조 원대였던 연간 반도체 시설 투자 액수는 2021년 40조 원을 돌파한 뒤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안정적으로 투자를 이어나가기 위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도 빌렸다.

시설 투자는 국내외에서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팹)의 인프라 확대에 주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1라인이 완공되면 2라인 투자도 곧바로 이어갈 예정이다. 6개 공장 부지를 확보한 경기도 평택캠퍼스에서도 P3 마무리 공사와 맞물려 P4의 골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향후 20년간 300조 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도 짓는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를 넘어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객의 주문이 없어도 먼저 클린룸을 조성하는 방식의 ‘셸 퍼스트’ 전략을 통해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 좁히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모리 사업에서도 생산량을 줄이는 것과는 별개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차별화와 공정 미세화, 차세대 후공정 등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하게 지키기 위한 초격차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반도체 중장기 수요에 대한 믿음도 엿보인다. 세계 경기 침체와 공급망 불안정으로 산업 경기가 당장은 나쁘지만 다가올 호황기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AI·자율주행차 등의 시장을 메모리반도체의 차기 응용처로 점찍으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가 출시되고 메타버스와 자율주행 등의 신사업이 있어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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