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호, 기운 채로 항해" 선원 진술, 사고원인 규명 열쇠됐다

박철홍 2023. 4. 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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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사상자와 실종자가 나온 어선 '청보호'의 사고 원인이 두 달여 만에 드러났는데, 생존 선원의 진술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됐다.

청보호 사고 수사본부(서해지방해양경찰청·목포해양경찰서 등)는 7일 "과적 때문에 선박 무게 중심이 선체 상부로 이동됐고, 선체가 불안정하게 기울어진 상태에서 해수가 유입돼 선박이 전복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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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 토대로 실험 거쳐, 갑판 통한 해수 유입 경로 확인
급격한 전복은 적재함 개조·과적 탓…"안전 불감증이 사고 유발"
청보호 전복사고 현장서 실종자 수색 [연합뉴스 자료사진]

(목포·신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청보호는 평소에도 침수가 반복됐고, 출항 당시에도 배에 기우는 이상 현상이 있었다"

9명의 사상자와 실종자가 나온 어선 '청보호'의 사고 원인이 두 달여 만에 드러났는데, 생존 선원의 진술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됐다.

청보호 사고 수사본부(서해지방해양경찰청·목포해양경찰서 등)는 7일 "과적 때문에 선박 무게 중심이 선체 상부로 이동됐고, 선체가 불안정하게 기울어진 상태에서 해수가 유입돼 선박이 전복됐다"고 발표했다.

선미에 규정 이상으로 어구를 잔뜩 실은 '과적', 배가 좌현으로 기운 불안정한 상태에서 '무리한 운항' 등 전체적인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청보호 인양 후 정밀 감식했으나, 선체 내부에 특히 침수가 목격된 기관실에서 파공 등 바닷물이 유입될만한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

증거로 확보한 내부 폐쇄회로(CC)TV도 선체 모니터용으로만 사용하던 장치라, 사고 당시 정황을 찍은 장면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청보호 사고 원인은 자칫 미궁으로 빠질 뻔했지만, 생존 선원 진술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생존 선원은 "출발했을 때부터 배가 약간 좌측으로 기울었다"며 "배가 5도 정도 기울어 기관장에게 '항해 시간이 길고 선박이 2층으로 돼 있으니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수사당국은 이 진술 등을 토대로 배가 기운 채로 장시간 운항했고, 바다 쪽으로 기운 좌현 쪽에서 바닷물이 갑판을 통해 선체 내부로 들이쳤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문제는 들이친 바닷물이 선체 내부로 어떻게 유입됐느냐는 경로를 밝히는 것이었다.

수사당국은 자체 실험을 했다.

바로 세운 청보호 선체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양된 청보호 갑판 위에 일부러 물을 부었더니, 기관실 쪽 선체 좌현 발전기 해치 커버가 닫혀 있어도 갑판을 통해 물이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확인했다.

옆으로 기운 배를 무리하게 장시간 운행해 갑판으로 물이 들이쳤으며, 기관실 등 선박 내부에까지 바닷물이 들어가 침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기관실에 물이 자주 찼다는 진술은 이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됐음을 암시한다.

또 침수된 청보호가 급격하게 기울어 뒤집힌 것은, 선미 어구 적재함에 과적한 통발 등 어구의 무게 때문에 배의 무게 중심이 선체 상부로 쏠린 탓으로 추정된다.

청보호는 어구 적재함을 개조해 기존 6개 단보다 높여 7개 단으로 만들어, 사고 당시 통발 어구를 평상시보다 많은 3천여개 싣고 있던 것으로 추정됐다.

오뚜기처럼 무게중심이 선체 아래에 있으면 배가 쉽게 뒤집어지지 않았을 텐데, '가분수' 구조로 무게 중심이 위에 있다 보니 적은 양의 침수로도 선체가 급격히 전복했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안전불감증으로 사고를 유발한 책임을 물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선주, 선장, 기관장 등 3명에게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선장과 기관장은 실종됐거나 사망한 상태로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선주만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청보호와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한 우려가 있으니, 관계기관과 법령 개정 등을 협의해 관련 대책을 세우고 과적도 강력히 단속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청보호 전복사고 원인 결론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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