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 실적 악화에 차분해진 재계 창립일
삼성·LG도 행사 없어… “실적악화 영향 반영”
최태원 SK 회장이 조용한 그룹 창립 70주년을 보낸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이 3, 4월에 그룹 창립기념일을 맞았지만, 대부분 기념식을 생략하고 조용히 넘어갔다.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강조하고 그룹 창립기념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각하지 않는 것이 재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여기에 올해 실적도 좋지 않아 공식 행사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 최태원 회장, 주요 경영진과 기념식… “선대 경영 철학 공부”
7일 SK 등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일부 경영진이 참석하는 창립 7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창립 기념일인 오는 8일이 주말인 만큼, 하루 전인 평일에 행사를 하는 것이다. 기념식에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급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5년, 10년 단위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던 모습도 없었다.
SKMS는 그룹 경영철학인 SK경영관리시스템을 의미한다. 연구소가 세워진 터는 고 최종현 전 회장이 직접 밤나무를 심어 ‘계원율림’이란 숲을 조성하고 가꿔온 곳이다. 이에 최 회장은 SKMS연구소를 ‘지식공장’으로 부른다. 특별한 행사보다는 차분히 선대의 경영철학을 되새겨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SK그룹은 창립기념 행사를 대신해, 최종건 창업 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의 어록집을 출간하며 70주년을 기념했다. 10개월에 걸쳐 두 회장의 발간물, 사사, 업무 노트 등 기록물 약 1만5000장을 분석해 대표 어록 250개를 선별했다.
최 회장과 일부 경영진은 실적이 악화한 반도체와 수조원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에 대해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18일(현지 시각)부터 시행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과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참여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7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적자는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SK 관계자는 “기념식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70주년과 관련해 별도의 추가 일정은 없을 것”이라며 “반도체 침체 등 경영 현안에 대한 방향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삼성, LG도 조용한 창립기념일
삼성과 LG 역시 특별한 행사 없이 창립기념일을 보냈다. 삼성은 지난달 22일 창립 85주년 기념일을 맞았지만, 별도의 대외 행사를 하지 않았다. 삼성그룹의 창립기념일은 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가 세워진 3월 1일이다. 하지만 1987년 3월 22일 이건희 회장이 총수에 오른 뒤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삼았다.
그러나 2017년 2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이날은 삼성물산(상사 부문)의 설립일로 의미가 축소됐다. 삼성그룹은 그동안에도 별도의 그룹 창립 기념행사는 하지 않았다.
반도체 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6% 급감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거둔 것이다. 삼성전자가 1조원 이하의 분기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이다.
지난달 27일이 창립 76주년인 LG그룹도 예년처럼 별도의 행사가 없다. 대신 LG그룹은 2013년부터 창립기념일 행사를 대신해 4월 둘째주 금요일을 전 계열사 공동 휴무일로 지정하고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도록 하고 있다. 올해도 4월 14일 단체 휴무를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별 독립경영이 대세가 되면서 그룹 창립기념일은 의미가 축소됐고, 별도의 행사가 없는 기업이 많다”라며 “특히 올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등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도 반영됐다. 다만 산업이 재편되는 시기인 만큼 미래 사업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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