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씬 스틸러’ 이예은 “득점까진 몰라도, 실책 안 할 자신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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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사상 최초의 리버스 스윕 우승, 역대 여자부 포스트시즌 최장 경기 시간 혈투(158분), 정규리그 3위 팀이 챔프전에서 우승한 역대 세 번째 팀.
이예은은 "감독님께서 챔프전에서 기용하실 줄 전혀 몰랐다. 경기 전 따로 언질도 없으셨다"면서 "갑자기 '예은아 들어가'라고 하셔서 그냥 정신없이 코트에 들어갔다"고 돌아봤다.
이예은은 "솔직히 챔프전인데도 긴장되진 않았다. 고등학교 때도 단 한번도 긴장하거나 떨렸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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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배짱... "긴장한 적도 없고, 챔프전에서도 떨리지 않았어요"
"챔프전 활약은 60점... 존경하는 (임)명옥 언니와 코트에 오래 서고 싶어요"
V리그 사상 최초의 리버스 스윕 우승, 역대 여자부 포스트시즌 최장 경기 시간 혈투(158분), 정규리그 3위 팀이 챔프전에서 우승한 역대 세 번째 팀.
2022~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은 숱한 진기록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선수 캣벨(31표 중 17표)이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고, ‘클러치 박’ 박정아(7표)와 ‘배구 천재’ 배유나(7표)도 드라마의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배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챔프전 ‘씬 스틸러’는 따로 있었다. 새내기 이예은(19)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승 직후 만난 이예은은 “데뷔 첫 시즌인데, 너무나 좋은 경험을 했다. 언니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던 중이었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감독님 우승 인터뷰 때 언니들이 축하 물세례를 하는 동안 나는 뒤에서 박수만 쳤다. 나도 뿌리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지난해 도로공사에 입단(전체 10순위)한 이예은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정규리그에서 원포인트 서버로 출전해 11번의 서브를 넣은 게 전부다. 시즌 득점은 0.
그런 새내기가 2연패로 궁지에 몰렸던 챔프전 3차전에서 혜성같이 나타났다. 3차전에서도 1세트를 먼저 내주면서 팀이 벼랑 끝에 몰렸는데, 2세트 20-20에서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가 곧바로 서브 에이스를 꽂아 넣었다. 이후 도로공사는 4연속 득점으로 2세트를 잡으며 기적의 서막을 열었다. 3세트 20-21에서도 서브 득점을 올리며 최고의 임팩트를 선보였다.
이예은은 “감독님께서 챔프전에서 기용하실 줄 전혀 몰랐다. 경기 전 따로 언질도 없으셨다”면서 “갑자기 ‘예은아 들어가’라고 하셔서 그냥 정신없이 코트에 들어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너무 중요한 순간이라 언니들에게 피해만 주지 말자. 내 할 것만 하고 나오자는 생각이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면서 “경기 도중엔 아무 생각도 안 났는데, 경기 후 언니들이 칭찬해 주셔서 그제야 실감이 났다”며 배시시 웃었다.
이예은은 ‘타고난 배짱’이란 중요한 재능을 가졌다. 이후 4·5차전에서도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특히 5차전에서는 1세트에서 박정아 대신 들어가 서브 득점을 올리고 수비까지 성공시키며 13-19였던 점수를 20-20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예은은 “3차전 승리 후 ‘나 좀 해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했다”면서 “4차전부터는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돌아봤다.
‘이예은 타임’이 생길 정도였다. 실제로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은 2세트 16-20에서 이예은이 원포인트 서버로 교체 출전하자 작전 타임을 걸어 흐름을 끊는 모습도 나왔다. 이예은은 “솔직히 챔프전인데도 긴장되진 않았다. 고등학교 때도 단 한번도 긴장하거나 떨렸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무엇보다 챔프전에서 33개의 서브를 넣는 동안 ‘범실 제로’란 점이 놀랍다. 이예은은 “고교 때 매일 1시간씩 서브 연습을 했다”면서 “득점을 올리겠다는 욕심은 없었지만, 적어도 실수 없이 해낼 순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다”고 당차게 말했다.
챔프전 활약에 대해 스스로 “60점을 주겠다”고 했다. 그는 “3차전엔 지시대로 잘했는데 4·5차전은 조금 부족했다. 5차전 디그 하나 외엔 맘에 안 들었다”면서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평소 (임)명옥 언니의 플레이와 마음가짐을 가장 존경한다. 그런 언니와 챔프전 코트에 함께 섰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꿈만 같았다. 다음 시즌엔 명옥 언니와 코트에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천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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