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3대 불청객 ‘알레르기·축농증·춘곤증’ 이렇게 물리쳐라
6개월 이상 춘곤증 계속되면 다른 원인 찾아봐야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봄철에는 알레르기·축농증·춘곤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낮이 길어지고 밤낮의 기온차도 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알레르기 질환은 미세먼지와 꽃가루 농도까지 짙어지는 봄철의 대표적인 불청객이다. 예컨대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유독 봄철에 증상이 심해진다. 1년 내내 존재하는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연중 알레르기 비염을 달고 산다.
이처럼 삶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알레르기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진료받는 편이 바람직하다. 의사에게 증상·발병시기·환경·노출물질·가족력 등을 알리면 정확한 진료에 도움이 된다. 알레르기 질환을 확인하기 위한 피부단자검사나 혈액검사를 받게 된다. 피부단자검사는 작은 바늘로 피부에 특정 항원 물질을 떨어뜨려 피부 반응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혈액검사를 통해서는 특정 항원에 대한 물질(면역글로불린 E)이 증가했는지를 확인한다.
알레르기 질환이 확인된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해당 항원을 피하는 일이다. 가령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 외출을 삼가야 한다. 특히 건조하고 바람이 부는 날에 꽃가루가 많이 날린다. 하루 중에서는 오전 5시부터 10시 사이에 꽃가루 농도가 가장 높아지므로 이 시간대 야외활동을 피한다. 꽃가루 농도에 대한 예보나 지역별 통합대기환경지수에 대한 정보는 한국꽃가루알레르기연구협회(www.pollen.or.kr)나 한국환경공단(www.airkore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득이하게 외출할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얼굴과 손을 잘 씻고, 외부에서 옷을 잘 털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생리식염수를 이용해 코안을 씻어주면 꽃가루·오염물질·염증반응 매개물질·점액 등을 제거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항원 회피요법만으로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약물(항히스타민제나 흡입·비강·피부 도포용 스테로이드제 등) 치료를 받는다. 강주완 용인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약물을 사용하는데, 코막힘이 너무 심하거나 수면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국소 항울혈제 스프레이가 도움이 된다. 코 내부에 약물을 뿌리면 혈관이 수축해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국소 항울혈제 스프레이는 장기간 사용하면 부작용이 있으니 5일 이내로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약물에 부작용이 있거나 치료 효과가 없는 사람은 면역치료를 받을 수 있다. 면역치료는 알레르기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유일한 치료법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항원 물질을 매우 낮은 농도로 시작해 점차 높여가며 투여한다. 더 이상 해당 물질에 몸이 반응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나이가 너무 많거나 임신부를 제외한 누구나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의사는 효과가 있는 질환과 항원을 따져 면역치료를 결정한다. 면역치료는 알레르기 비염과 결막염에 가장 효과가 좋으며 일부 천식이나 아토피 피부염에도 효과를 보인다. 집먼지진드기, 고양이나 강아지 털, 꽃가루 등은 면역치료가 가능한 항원이다.
환자에게 항원을 투여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피부에 주사제를 투여하는 방식(피하면역치료)과 혀 밑에 해당 물질을 떨어뜨리는 방식(설하면역치료)이다. 두 방식 모두 3~5년 지속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의사가 중간에 점검해 효과가 없으면 면역치료를 중단하며, 효과가 있으면 지속한다. 효과가 좋으면 면역치료 후 10년까지도 그 효력이 유지된다. 이서영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면역치료는 알레르기 염증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본인이 증상이 있는 상태라면 반드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면역치료는 향후 특정 항원에 노출됐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재발 방지 치료이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가령 콧속 점막의 부피를 줄여 공기 흐름이 좋아지면 코막힘이 개선된다. 수술한 부위의 혈관이나 분비샘 수가 줄어들어 재채기·콧물 등의 증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감기 후 치통, 축농증 때문일 수도
봄철에는 큰 일교차 때문에 몸 상태가 나빠지거나 감기에도 잘 걸린다. 이후 치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치과에 가봐도 별 이상이 없거나 치아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해도 계속 아픈 상황이라면 축농증(부비동염)을 의심할 수 있다. 사람의 얼굴과 머리뼈에는 동굴 형태의 공간(부비동)이 많다. 머리뼈의 무게를 줄일 뿐만 아니라 흡입하는 공기의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대표적인 부비동인 상악동에는 섬모가 있는데 이는 점액을 코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비염이나 감기로 콧속 점막이 부으면 점액이 잘 배출되지 않는다. 점액이 상악동에 고여 염증을 유발하는데 이것이 이른바 축농증이다. 이 때문에 치통이 발생할 수 있다. 전미정 강남세브란스병원 치과보존과 교수는 "안와(안구가 있는 공간)와 위턱뼈 사이에 있는 상악동은 위쪽 치아와 거리가 0.8~1.5mm로 가깝다. 그래서 상악동염(축농증) 때문에 치통이 생기기도 하고, 치아 문제로 상악동염이 유발되기도 한다. 즉 위쪽 치아에 염증의 원인이 있는 경우 상악동으로 전파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치아 문제로 생긴 상악동염은 치성 상악동염이다. 치아 문제가 아닌 것은 비치성 상악동염이다. 치성과 비치성 상악동염을 구분하는 이유는 치료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치통 부위가 불명확하고 여러 치아가 아프며 음식물을 씹을 때 둔한 통증이 있다면 비치성 상악동염일 가능성이 크다. 즉 치아 문제가 아니어서 치아에 부분마취를 해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는다. 치성 상악동염인 경우는 치과 치료가 상악동염 치료보다 먼저 이뤄진다. 그러나 비치성 상악동염이라면 치아에 통증이 있더라도 치아를 치료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약물치료를 먼저 시도한다. 급성 상악동염은 10~14일 항생제로 치료한다. 만성 상악동염은 항생제를 좀 더 오래 투여하고 수술도 고려한다.
커피 타임은 오전 9시 반에서 11시 반 사이에
봄과 함께 춘곤증도 따라온다. 피곤하고 나른하고 졸리는 증상이 일반적이다. 때로는 입맛도 떨어지고 불면증·두통·무기력증도 경험한다. 춘곤증의 원인은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일주기 변화 때문으로 추정한다. 겨울보다 봄에는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며 기온도 오른다. 이에 따라 사람의 생체리듬이 바뀌는데, 문제는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기간에 우리는 쉽게 피곤을 느낀다. 예컨대 낮이 길어지면서 특정 호르몬(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해 우리 몸에 활력을 주지만, 이 호르몬의 변동 폭이 커서 체내 스트레스로도 작용한다. 춘곤증 자체로는 병이 아니어서 1~3주 후에는 자연히 회복된다.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방법은 취침과 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같은 시각에 자고 깨는 습관은 우리 몸의 항상성(생체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성질) 유지에 매우 효과적이다. 또 음식을 골고루 먹어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하면 더 좋다. 때로는 커피도 도움이 되는데, 커피를 마시기 좋은 시간은 오전 9시 반부터 11시 반 사이다. 이 시간에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신진대사·면역체계·혈압을 조절해 주의력과 집중력이 향상된다. 코르티솔은 아침에 분비돼 우리 몸을 깨우는데, 너무 이른 시각에 커피를 마시면 코르티솔이 과하게 분비돼 오히려 우리 몸에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만일 춘곤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충분한 휴식으로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춘곤증이 아니라 계절성 정동장애(SAD)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절성 정동장애는 반드시 특정 계절에 악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 변화가 많은 봄철에 빈도가 높다. 서인호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무기력한 증상이 춘곤증 때문만은 아니다. 계절성 정동장애의 한 종류인 봄철 우울증일 수 있다. 생체리듬의 변화뿐만 아니라 화려해지는 계절과 달리 자신만 초라한 것 같은 상대적 박탈감 또는 진학·취업·승진과 같은 새로운 상황도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식욕 저하, 체중 감소, 심한 무기력증으로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SAD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만성피로증후군도 의심할 만하다. 만성피로증후군은 매우 주관적인 증상이고 수치로 진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잘 발견하지 못한다. 의료진은 일상 수행 장애, 기억장애, 근육통, 인후통, 다발성 관절통 등 동반되는 다른 증상으로 만성피로증후군을 확인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이라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질환(종양·심장질환·수면장애·류머티스 관절염·갑상선질환·당뇨병 등) 때문인지를 파악해 치료법을 선택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춘곤증 증상이 오래가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계절 탓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갑상선·당뇨 등 여러 질환이 장기 피로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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