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횡포에 학을 뗀 與의원들, 노련한 협상가 윤재옥 택했다

민동훈 기자, 박종진 기자, 안채원 기자 2023. 4. 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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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윤재옥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4.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련한 협상가' 3선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을)을 당내 2인자이자 원내 사령탑으로 뽑았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수도권 공략을 위한 '지역 안배론'보다는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에 맞서 집권여당의 개혁 정책 입법을 뒷받침할 '대야 협상력'을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당 지도부의 잇단 설화로 당 지지율이 출렁이던 상황에서 선거기간 내내 소리없이 강한 리더십과 경청의 소통 역량을 보여준 윤 의원의 '묵직한 안정감'이 여당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7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신임 원내대표로 윤 의원을 선출했다. 소속 의원 115명 중 109명이 투표에 참여해 65명이 윤 원내대표에게 표를 던졌다. 경쟁자인 김학용 의원은 44명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당초 선거 초반에는 경기 안성 4선인 김 의원의 당선을 예측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부산·울산·경남(PK) 김기현 대표 지도부가 들어선 만큼 내년 수도권 총선 승리를 위해선 수도권에 지역 기반을 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지역 안배론'이 힘을 얻었다. 김 의원의 탁월한 친화력도 당선의 가능성을 높게 봤던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의원들의 표심은 TK 출신 윤 원내대표에게 향했다. 당내에선 윤 원내대표가 선거 출마를 결정한 이후 라디오나 TV 등 언론 노출보다는 의원들 한명 한명을 접촉하며 과거 원내 수석대표를 역임하면서 입증한 협상 실무 경험과 추진력, 신중함, 꼼꼼함 등을 집중적으로 어필한 것이 효과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은 소수여당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승리해 정권을 창출했지만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개혁정책을 뒷받침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일정 수준이상 과잉생산된 쌀을 의무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정부여당의 강한 반발에도 더불어민주당이 강행처리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최악의 정치 퇴행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에 노란봉투법·방송법·간호법·의료법 등을 본회의에 직회부해 강행 처리한다는 입장인 만큼 강대강 대치정국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다 보니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이러한 여소야대 상황에 대한 무력감,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윤 원내대표의 대야 협상 능력이 주목받은 배경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인사를 통해 "거대 야당의 폭주를 민심의 힘으로 막아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내년 총선을 의원 여러분들과 함께 승리해 정권교체를 완성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겠다"고 말했다.

경찰대 1기 '수석 입학·수석 졸업' 이력을 가진 윤 원내대표는 신중함과 꼼꼼함을 요구하는 정보·외사 부문에서 주로 재직하며 주요 요직을 거쳤다. 정치에 입문한 후에도 신중하고 꼼꼼한 업무 처리 능력을 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2018~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가 단식으로 드루킹 특검을 끌어낸 뒤 원내수석 자리에서 민주당을 상대로 한 달간 특검 세부 내용을 조율했다. 드루킹 특검은 '친문(친문재인) 황태자'였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징역형을 끌어내면서 정권교체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통령과의 탄탄한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 선대본부 상황실장을 맡아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가져다두고 거의 24시간 사무실에 상주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대선 저의 선대위 첫 보직은 '후보전략자문위원장'이었지만, 후보께서 붙여주신 별명은 '쓴소리위원장'이었다"면서 "상황실장을 맡은 이후에도, 듣기 불편한 내용까지 후보께 가감 없이 전달했고, 후보의 생각을 당에 전달하는 데도 최선을 다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윤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의 강점인 협상력과 꼼꼼함을 바탕으로 당정 소통과 여야 협상을 추진하는 한편, 중도층 민심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요 이슈나 정책에 관해 당정이 소통을 강화하고 정책 품질도 제고하고 정책 홍보도 잘하겠다"면서 "수도권과 지역이라고 보기보다 중도층 민심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원내대표 선거 결과와 관련해 원활한 당정간 정책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여당 지도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당정간 정책적인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새 원내대표가 가세하면 그런 흐름이 더 견고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새 지도부가 구성돼서 당정간 새로운 협력 다지는 협의나 기회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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