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 행정부 “아프간 철군 혼란은 트럼프 탓”
성급한 협상·부정확한 인수인계 지적
트럼프 “백악관의 멍청이들” 반박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발생한 미군 사망 등 각종 혼란의 책임을 전임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탓으로 돌린 보고서가 6일(현지시간) 공개됐다. 탈레반 정부와의 성급한 협상과 병력 감축, 부정확한 인수인계로 화를 키웠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날을 세웠고, 주요 외신들도 바이든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이날 12페이지 분량의 ‘아프간 미군 철수 과정에 관한 사후 검토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미 상원과 하원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된 전체본은 기밀문서로 분류돼 공개할 수 없지만, 미 정부가 주요 내용을 추려 발표했다.
보고서엔 2021년 8월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폭탄테러로 미군 13명과 아프간 민간인 170여 명이 사망한 참사의 책임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족한 행정력에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 정부는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방법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은 그의 전임자(트럼프 전 대통령)가 만든 조건에 의해 심한 제약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 정부는 아무런 실행 계획도 없이 철군 날짜만을 바이든 정부에 떠넘겼다”며 “안전하고 질서 있는 철군에 필요한 시스템과 기관의 기능 등이 이미 파괴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2월 아프간 주둔 미군을 2021년 5월 1일까지 철수하기로 탈레반 측과 성급하게 합의해 바이든 대통령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이 철군 시기를 9월로 연기하는 데 성공했지만, 구체적인 철군 작전을 세우기까지 시간이 촉박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물려받은 건 수모와 방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정부 실책엔 면죄부를 주는 듯한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백악관은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탈레반은 2001년 이후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확보했고, 아프간의 이미 국토 절반을 통제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발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백악관의 멍청이들이 새로운 허위 정보 게임에 나섰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AP통신도 “바이든 정부는 임기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 대한 책임을 미뤘다”며 “특히 카불 공항 자살폭탄 테러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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