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in포커스]중앙은행계 '직업의 달인' 구로다의 유산과 남은 과제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전세계 중앙은행권에서 '깜짝쇼'의 달인으로 통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10년의 임기를 마치고 7일 퇴임했다.
해외 석학들은 구로다가 마이너스(-) 금리부터 국채수익률 곡선통제(YCC)까지 혁신적 통화정책을 펼쳤다며 극찬한다.
지난 10년 동안 11조7000억달러(약 1경5400조원)에 달하는 돈을 썼지만 지속가능한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결국 온갖 '충격과 공포'를 동원한 구로다의 정책 실험은 우에다 가즈오 신임 총재에게 넘어갔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고도로 연계된 일본의 자산가치를 훼손하지 않거나 일본 경제의 탈선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전례없는 부양책의 출구를 찾아야 하는 벅찬 과제를 떠 안았다.
◇"직업의 달인…혁신적 중앙은행 총재"
경제학자들은 구로다의 10년에 대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구로다 정책의 성공 여부를 묻는 설문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는 56%, 실패했다는 평가는 44%였다.
극찬은 대부분 해외에서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구로다에 대해 "상당히 혁신적이며 뛰어난 중앙은행 총재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의 토마스 요르단 총재는 "구로다는 본인 직업의 달인(master of his trade)"이라고 칭찬했다. 구로다가 내놓은 초대형 완화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는 이들 조차도 회의론자들을 시장에서 물리치는 그의 능력에는 감탄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구로다가 "10년 동안 일본이라는 초대형 선박을 잘 이끌었고 이는 상당한 성과"라고 말했다.
구로다가 수 십 년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의 성장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를 고수하며 온갖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중앙은행 총재로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다.
금융완화 덕분에 달러당 엔화 환율은 76엔에서 150엔대까지 올라 엔저 효과는 탁월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엔저 덕분에 일본 기업의 2021년 이익은 10년 전에 비해 73% 늘었다. 또 부동산 시장도 생기를 찾아 가격이 10년 동안 거의 2배 올랐다고 신문은 전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 한계…잠재성장률 되레 후퇴
구로다가 일은 잘했지만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한계도 확인해줬다.
막대한 금융완화에 따른 엔저와 기업이익을 통해 기업들의 구조개혁과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 임금과 물가상승을 유도한다는 것이 구로다의 계획이었다.
마이너스 금리부터 국채수익률 곡선 통제까지 온갖 비전통적 정책을 동원해 구로다가 10년 동안 공급한 유동성은 500조엔에 달한다고 블룸버그는 추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남녀 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일본 국민에게 인당 400만엔(3만달러, 4000만원)을 손에 쥐어준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대규모 금융완화의 혜택은 일본의 실물 경제로까지 완전히 퍼졌다고 하기는 힘들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지난해 일본의 평균 명목임금은 2012년에 비해 3.5% 성장하는 데에 그쳤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었다. 게다가 잠재성장률은 구로다 총재 취임 전의 0.9%에서 이제 0.27%로 떨어졌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시게토 나가이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통화 정책만으로 인플레 목표 2%를 달성할 없다고 입증한 것이 구로다의 업적"이라고 말했다.
◇후임 우에다 '출구' 부담 가중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지만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채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위험해졌다는 부정적 유산도 남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의 공공부채 부담은 국내총생산(GDP)의 264%로 선진국에서 가장 높다.
결국 구로다가 후임 우에다에게 정책 정상화, 긴축이라는 과제로 이어진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대부분 가장 먼저 손 볼 완화정책은 수익률 곡선통제(YCC)가 될 것이며 이르면 6월 긴축의 신호탄이 터질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시장의 붕괴 없이 어떻게 부양책에서 물러날 수 있는지다. 특히 일본인들은 해외에 3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돈을 투자해 놓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일본에서 긴축이 시작돼 금리가 오르면 일본인들이 해외의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호주와 네덜란드는 이러한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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