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도 LG전자 1분기 '깜짝실적'…삼성전자보다 2배 많아(종합)
작년 특허수익 감안시 사업 수익성 10∼20% 강화…사업구조 개선 노력 가시화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LG전자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프리미엄 가전 판매 확대 등으로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9% 감소한 1조4천974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매출은 2.6% 감소한 20조4천17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하게 됐다. 앞서 이날 오전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주력인 메모리 업황 악화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5.8% 급감한 6천억원에 그쳤다.
LG전자의 이번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를 20.7% 웃돌았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1곳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03% 감소한 1조2천405억원으로 예측됐다.
작년 1분기(영업이익 1조9천429억원)에 일시적인 특허 수익(약 8천억원)이 포함됐던 점을 감안하면 사업 수익성은 오히려 10∼20% 강화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에도 '워룸' 등을 선제 운영하며 사업 구조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사업 성과로 가시화된 결과라고 LG전자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여전히 수요 회복은 부진하지만, 주요 원자재와 물류 측면에서 비용 감소 규모가 예상을 웃돌았다. 프리미엄 매출 중심의 성장 전략도 통했다.
사업 구조 측면에서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 사업의 고속 성장과 기업간거래(B2B) 비중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히트펌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고효율·친환경에 대한 시장의 요구를 조기에 파악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고 볼륨존(Volume Zone·가장 큰 소비 수요를 보이는 영역)에 해당하는 제품군을 강화하며 가성비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대응하는 등 고객 가치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도 견조한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운영 중인 '워룸'에서 단기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사업 고도화 관점에서 불황의 장기화에도 적정 수준의 성과를 창출하고 새로운 고객가치를 만드는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 줄 것을 거듭 주문해 왔다.
이번에 세부 사업별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를 비롯해 모든 사업부가 흑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비정상적으로 뛰었던 물류비가 정상화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가전과 TV의 경우 작년 4분기 적극적인 재고 조정 이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프리미엄 가전의 비중 확대와 효율적인 재고 관리, 원가 개선 등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가전 수요는 감소했지만 선진 시장 에너지 규제에 대응해 히트펌프 등 고효율 제품을 앞세운 기업간거래(B2B) 사업이 크게 확대된 점도 견조한 실적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작년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번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예측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전은 북미 중심으로 프리미엄 수요가 양호한 가운데 신가전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며 "TV는 유럽 OLED TV 수요 회복세가 긍정적이고 플랫폼 비즈니스의 이익 기여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전장 사업은 작년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한 데 이어 1분기에도 매출과 수주 모두 호조를 보이며 흑자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올해 수주 잔고를 90조∼100조원 수준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경기 변화에 둔감한 B2B 매출 확대로 과거의 상고하저 실적 패턴에서 탈피해 분기 평균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달성이 예상된다"며 "LG전자의 B2B 매출 비중은 2020년 16%에서 2023년 32%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의 경우 가전, TV 수요 회복과 전장 사업부의 비용 감소 효과로 본격적인 이익 증가세가 가능할 것"이라며 "전장 수주잔고 측면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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