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일가 ‘엑시트’ 우려에… 성장 전망에도 주가 바닥으로 떨어진 삼성SDS

연선옥 기자 2023. 4. 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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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이사장, 보유 지분 전량 매도

삼성그룹의 IT 서비스 계열사 삼성에스디에스(삼성SDS) 주가가 상장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클라우드 분야 이익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회사가 보유한 막대한 현금성자산의 활용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는 고꾸라졌다.

최근 삼성SDS는 11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현재 주가는 2014년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SDS의 공모가는 19만원이었는데,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40만원을 넘기도 했다. IT 서비스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다. 이에 따라 삼성SDS 시가총액 순위는 유가증권시장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계속 떨어졌다. 상장 이듬해 30만원대로 하락했고 2년 뒤에는 20만원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올 초 13만원 수준이던 주가는 지금 더 하락했다. 현재 삼성SDS는 간신히 시총 40위 안에 들어있다. 상장 직후 삼성SDS에 투자한 뒤 지금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투자 성적이 처참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정서희

사업 모델만 보면 삼성SDS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삼성SDS는 그룹 계열사의 생산관리시스템(MES)·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 구축을 전문으로 하는 시스템통합(SI) 회사로, 스마트팩토리, 블록체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등 IT 서비스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 기술과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외 경기 침체 여파로 올해는 실적이 다소 부진할 전망이지만, 지난 몇 년간 매출 규모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했다.

게다가 삼성SDS는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이 5조원에 이르는데,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SDS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면 이 현금성자산이 수익자산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 3월 공급망관리 전문 업체인 엠로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삼성 일가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삼성SDS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SDS는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이 지배하는 삼성전자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지배구조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어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각해도 그룹 경영권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오너 일가가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SDS 지분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오너 일가가 가진 지분이 언제든지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주가에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삼성SDS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22.58%)이고, 삼성물산도 17.08%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20%를 갖고 있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각각 지분 1.95%를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경우 지난해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삼성 일가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해 약 13조원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유족들은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서현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시간외 매매로 보유한 삼성SDS 지분 1.95%를 전량 매도했다. 이날 종가로 치면 1800억원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삼성SDS는 고성장하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수혜가 기대되고, 대규모 현금성자산을 수익자산으로 변경하면 수익률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최대 주주 일가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지분 매각 리스크는 크게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삼성SDS의 목표주가를 기존 17만5000원에서 17만원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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