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차이잉원 회동 이어 미 하원 외교위원장 대만 방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의 미국 본토 회동으로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대만을 방문했다. 중국은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에 대한 대응 조치로 주미 대만 대표와 미국·대만의 관련 기관들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대만 외교부는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이끄는 초당파 의원 대표단이 지난 6일 대만에 도착했다고 7일 밝혔다. 영 김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 등 외교위 소속 의원 8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오는 8일까지 대만에 머무르며 차이 총통과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을 만나고 유시쿤(游錫坤) 입법원장(국회의장 격),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과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대만 외교부는 이 자리에서 매콜 위원장 등이 대만과 미국 관계의 각종 중요 의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콜 위원장의 대만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중국의 위협과 압박 속에서 미 하원 외교위원회 대표단이 방문한 것은 대만에 대한 미 의회의 초당적 지지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안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매콜 위원장 등의 대만 방문은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 직후 이뤄져 중국의 반발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날 대만의 주미대사 역할을 하는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 대표와 대만 싱크탱크 등 2곳을 제재하고, 차이 총통 방미 일정에 연관된미 관련 기관 2곳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 대만판공실은 이날 샤오 대표를 ‘완고한 대만 독립 분자’라고 지칭하며 그와 그의 가족에 대해 중국 본토 및 홍콩·마카오 입국을 금지하고 그와 관련된 기업이 중국 조직이나 개인과 협력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타 필요한 모든 징계 조치를 취해 법에 따라 평생 책임을 묻겠다”며 “대만 독립은 막다른 길이며 완고한 대만 독립 분자들이 외부 세력에 의지해 함부로 도발을 하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도 이날 학술교류 등을 명분 삼아 국제사회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고 반중 세력과 밀착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하는 일들을 벌였다는 이유로 대만 싱크탱크인 비전재단과 아시아자유민주연맹에 대해 같은 제재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또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제1호 외교부령을 통해 ‘반외국제재법’에 근거해 미국 허드슨연구소와 레이건도서관이 중국내 각급 기관이나 조직, 개인과 거래·교류·협력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반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허드슨연구소는 지난달 말 차이 총통 중미 순방 길에 그에게 상을 수여하고 연설 기회를 제공한 곳이며 레이건도서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차이 총통이 매카시 의장과 회동한 장소다.
외교부는 “미국은 중국의 반복된 교섭과 결연한 반대에도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 정치활동을 허용했다”면서 “두 기관은 차이 총통에게 미국 내에서 대만 독립·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과 편의를 제공했다”고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드슨연구소와 레이건재단 관계자 4명에 대해서도 중국내 자산 동결 및 중국 입국 금지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 회동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무력 시위 등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현재 대만 동부 약 400해리(약 740㎞) 지점에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호(CVN 68)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은 중국 항공모함인 산둥함 전단이 위치한 곳과 멀지 않은 지점이다. 산둥함은 지난 5일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이 미국에서 만나기 직전 대만 동남부 해역을 지나며 항행 훈련을 한 뒤 대만 최남단인 어롼비(鵝鑾鼻) 동쪽 약 200해리(약 370㎞) 정도 떨어진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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