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붕괴 정자교’ 관련 성남시청·분당구청 압수수색
국과수, 다발성 골절·장기손상에 여성 사망
경기도, 도내 C등급 교량 58곳 전수 검사
성남 정자교 보행로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7일 현장 합동감식에 이어 성남시청과 분당구청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정자교가 2년 전 정기안전점검에서 ‘보통(C)’ 등급을 받았던 만큼 부실점검 논란도 일고 있다. 성남시는 탄천을 오가는 교량 20곳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C등급 이하 교량을 전수점검한다.
경기남부경찰청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 수사 전담팀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성남시청과 분당구청, 교량 점검 관련 외부업체 5곳 등 7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사고 발생 이틀만에 강제수사로 전환한 것이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교량 설계부터 시공까지 하자가 없었는지 그간 진행된 안전점검 및 보수공사와 관련한 내역 등을 확보하고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붕괴사고 원인 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과학수사자문위원 등과 함께 붕괴현장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합동감식팀은 교량 철근과 콘크리트 상태, 붕괴 지점의 상수도관 파열 등을 살펴봤다. 특히 수도관 파열과 교량 붕괴 선후관계와 정밀감정에 필요한 잔해 등을 수집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6일 교량점검을 벌인 외부업체 관계자 3명을 조사하는 등 이날도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앞서 ‘정자교가 불안하다. 수리해야 한다’ 등의 민원이 제기됐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민원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와 있었으면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에 대해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교량 붕괴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년에 한번 하는 정밀안전점검이 제대로 안됐으니 무너진 것이란 건 상식”이라며 “인재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자교는 2021년 5월 정밀안전점검에서 C등급을 받았다. C등급은 주요부재에 경미한 결함 또는 보조부재에 광범위한 결함이 발생했으나 전체적인 시설물 안전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밀안전점검 주요 항목은 교대와 교각, 다리 포장, 난간 및 연석, 신축이음 등 차도 위주로 붕괴된 보행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시장은 “탄천 전체 교량 중 정자교와 같은 공법으로 건설된 교량 16곳에 대해 이번 주말까지 하중을 분산 시킬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하겠다”며 “정밀안전진단 걸과에 따라 분당의 20곳 교량 인도 쪽은 재시공 또는 보수, 보강공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정자교 보행로 붕괴 사고를 계기로 정자교와 같은 C등급 이하 교량을 이달 중 전수 점검한다. 현재 경기도에는 모두 4856개 교량이 있다. 경기도는 이중 718개를 관리하고 있으며 C등급은 58개이다.
이번 점검은 정자교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교량에 관매달기 형식을 들여다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교량에 매달린 상수도관과 가스관로, 통신관로 등의 노후화 및 파손 여부 등을 중점 확인할 방침이다. 점검을 통해 보수·보강이 필요할 경우에는 즉시 조치할 계획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경기도정의 첫 번째는 도민의 안전”이라며 “교량뿐 아니라 다중이용시설, 도로 등도 미리 점검해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1993년 건설된 정자교는 왕복 6차로로 양측에 보행로가 설치돼 있는 교량이다. 지난 5일 오전 9시45분쯤 한쪽 보행로가 무너지면서 당시 이곳을 지나던 A씨(40)가 숨지고, B씨(28)가 다쳤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 A씨는 다발성 골절과 장기 손상으로 사망했다는 1차 소견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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