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여의도 Who?] 밥 많이 먹으면 쌀 소비 늘어날까... ‘밥 한공기’ 발언에 역풍 맞은 조수진
매주 금요일 [주간 여의도 Who?]가 온라인을 통해 독자를 찾아갑니다. 서울신문 정당팀이 ‘주간 여의도 인물’을 선정해 탐구합니다. 지난 일주일 국회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정치인의 말과 움직임을 다각도로 포착해 분석합니다.
“여성분들 같은 경우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쌀이) 칼로리가 낮다.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든가 하는 국민적 전환이 필요하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 민생119 위원장)
그의 발언은 거센 역풍을 맞았다. 당 안팎에선 쌀 소비 진작 방안이라지만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쌀값이 떨어져 걱정인데 여성의 다이어트 탓이나 한다는 것이다.
조 최고는 지난 5일 발언 당일 관련 논란에 대해 “진의 왜곡 선전 선동에 유감”이라며 즉각 억울함을 호소했다. 예산, 법제화 없이 실생활에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소개한 것뿐이란 것이다. 그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언론이 가장 문제”라고도 했다.
그는 이튿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엄포가 있고 나서야 “경위야 어찌 됐든 국민과 당원께 송구한 마음이 크다”며 뒷수습에 나섰다. ‘언론이 가장 문제’라고 한 취지에 대해선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번져나가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원망이었다”고 했다.
문제가 된 조 최고의 발언은 초과 생산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조 최고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가슴 아픈 현실”이라면서 “그렇다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 (민생119에서) 논의를 했다”고 소개했다.
조 최고의 지적대로 양곡법 개정안의 여야 갈등 속엔 기본적으로 ‘넘치는 쌀’이 있다. 국내 쌀 소비량이 쌀 생산을 따라가지 못하면 쌀 가격이 폭락하고 농가들이 어려움에 부닥친다.
실제 국가는 지난해 역대 최대 물량인 90만t을 시장에서 격리했지만 쌀값 하락을 막지 못했다. 지속적인 쌀값 하락에 농민들이 쌀 농사를 접게되면 농민 생계뿐만 아니라 식량 주권 확보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지난해보다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의무 매입 조항을 집어넣어 국가가 시장에 선개입하면 ‘시장 왜곡’이 일어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거야 의석수에 법 통과를 막진 못했다.
조 최고의 발언엔 쌀 산업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은 물론 제대로 된 말을 하려는 각고의 노력이 빠져있다. 국민 식생활에 끼어들겠다는 발상도 ‘구시대적’이고 ‘권위적’이란 평가다.
경기도에서 벼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그의 발언에 대해 “진의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밥 한 공기 다 먹기 같이 많이 먹으면 해결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으론 넘치는 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소비자 선택에 따라 급격히 줄어든 쌀 소비 환경을 고려해 보다 근본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최근 1년 사이 쌀농사의 순수익은 40% 가까이 줄었다. 여당과 정부는 지난 4일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양곡관리법의 대안으로 직불금 예산을 5조원으로 늘리고 특히 가루 쌀 같은 전략 작물 재배를 지원해 생산량을 조정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그러나 농가의 아쉬움은 여전하다. 늘어난 직불금이 당장 실질적인 소득 보장으로 이어질지, 전략 작물 재배 유도가 효과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정작 농민의 삶을 정쟁 도구로 쓰는 건 결국 국회의원들 아니냐.
농가 소득 확대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듣고 싶다”
(경기도에서 벼농사를 짓는 한 농민)
명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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