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2' 첫 승객 '동재 아빠' 최원 "아내와 이단 감독, 제일 고맙죠" [인터뷰]
절실했던 '모범택시2'..."대본 8장 통째로 외워"
이단 감독 주문 외에도 최원 노력 담긴 '동재 아버지'
(MHN스포츠 정승민 인턴기자) 어느덧 결말을 향하며 20% 시청률 고지에 오를 준비에 나선 '모범택시2'. 시즌2에서 처음으로 김도기(이제훈)의 뒷좌석에 앉은 동재 아버지가 아들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무지개 운수 문을 두드린 것처럼, 배우 최원도 간절한 마음으로 '모범택시2' 동재 아버지 역 오디션장 문을 두드렸다.
SBS 금토 드라마 '모범택시2'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지난 2월 첫 방송한 '모범택시2'에서 첫 번째 승객으로 등장한 최원. 그는 극 중 해외 취업 사기로 위기에 빠진 아들 이동재(조지안)를 구하기 위해 소박하게 꾸려가던 삶마저 벗어던지는 동재 아버지로 분했다.
쫄깃한 심정으로 '모범택시2' 첫 화를 지켜봤다는 최원은 "시즌1이 워낙 잘 돼서 시즌2 문을 여는 역할을 맡게 됐다는 게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며 "첫 방송에 등장한 장면을 보고 눈물이 나기 시작하더니 끝날 때까지 계속 울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원은 '투사부일체' '강철비2' '지리산' '두뇌공조' '사랑의 불시착' 등 다수 작품에 출연하며 종횡무진했다. 하지만 노력에 비해 인지도가 아쉬웠던 만큼 '모범택시2' 이단 감독의 선택을 받는 건 그에게 큰 도전이자 기회였다. 최원은 "상업영화 첫 조연작으로 출연한 침입자를 본 이단 감독님께서 대본 리딩 한 번 해보자 제안하셔서 오디션에 참여했다"며 "침입자에서 유괴된 딸을 찾아다니는 아빠 역할이었는데 동재 아버지 모습과 겹쳐 보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모범택시2' 운행 재개와 더불어 첫 에피소드를 여는 동재 아버지는 최원이 걸었던 배우의 길에서 가장 비중 있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최원은 보고 읽어도 되는 8페이지 분량의 동재 아버지 대본을 모두 외워갈 정도로 누구보다 오디션에 '진심'이었다. 그러나 결과 통보 기간으로 예정된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 정도 후에도 연락은 오지 않았고, 낙담하며 포기한 상태로 대학에서 강의하던 중 최원은 캐스팅 연락을 받게 된다. 바로 혼자 수제비 먹던 아내에게 전화해서 울었다는 그는 "캐스팅되긴 했지만 과거 배역이 바뀌기도 하고 캐스팅 결과가 사라진 적도 있어서 두 번째 촬영까지 진짜 하는 건가 불안했다"며 "오래 걸린 이유를 들어보니 연기는 마음에 드는데 눈빛이 매서운 순간이 한 번씩 보여서 많이 고민했다고 하더라. 전체 리딩 이틀 전 잘 부탁드린다는 이단 감독님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진짜 하는구나 싶었다"고 감격의 순간을 떠올렸다.
'해외 취업 사기' 에피소드가 다큐멘터리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이단 감독의 주문에 최원은 모티브가 된 사건을 소개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며 연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민이 많았던 부분은 자식 잃은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자녀가 없어 동재 아버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 염려했다는 그는 실종된 아이를 찾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한 달 동안 봤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30년 동안 매일 전단을 돌리며 실종된 아이를 찾는 아버지의 사연이었는데, 하루라도 전단을 돌리지 않으면 아이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멈출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에 더해 40명가량 아버지가 된 지인들과 인터뷰까지 했다는 최원은 덕분에 동재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폭우 속에서도 전단을 돌리는 동재 아버지의 애달픈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최원은 치킨집을 운영하는 동재 아버지 역할을 위해 인천 치킨집에 협조를 구한 뒤 직접 치킨을 튀겨보기도 하고, 소품 팀에게 전단을 받아 매일 배낭을 메고 사람이 많은 지하철역을 걸어 다니며 동재 아버지에게 이입하는 등 이단 감독의 주문 없이도 개인적으로 배역을 위해 노력한 점이 많았다.
최원은 가장 믿음직스러운 모니터요원이자 매니저로 언제나 옆에 있어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최원의 모든 무대와 영상을 지켜보며 연기할 때의 습관과 문제점을 알고 있다는 아내는 따로 연기를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단 감독의 요청을 받아 동재 어머니 역으로 '모범택시2'에 출연하기도 했다. 최원은 "실제 아내인데도 동재 어머니 역으로 출연하다 보니 동재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자녀가 없어 동재 아버지에 이입하지 못할까 염려하신 감독님의 의도를 품은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라고 추측했다.
'모범택시2' 출연 이후 달라진 점이 있냐는 물음에는 극 중 '최주임'으로 출연하는 선배 장혁진의 말처럼 작품 하나 한다고 해서 배우 환경이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모범택시2' 동재 아버지 역을 맡으며 배우로서의 자존감과 연기하는 재미를 찾았다는 최원은 이단 감독에게 연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늘 촬영 때마다 저 믿고 선배 준비한 연기 마음껏 하라고 말해준 이단 감독님과 함께 촬영하니 없던 아이디어도 생기더라"면서 "아무 이유 없이 한 무명 배우에게 손을 내밀어주신 이단 감독님을 보며 나도 살면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픈 목표 의식을 가지게 된 게 큰 변화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리고 '모범택시2' 이후 난생처음 SNS를 통해 연기 피드백이 담긴 메시지를 받았다는 최원. "배우를 꿈꾸는 한 여고생이 인생의 큰 버팀목이었던 분을 잃게 됐는데, 동재 아버지 연기를 보고 그분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며 감사하다더라"며 "누군가에게 이런 의미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매 순간 진정성을 갖고 더 노력해야겠다 다짐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1988년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을 때 '모던 타임즈'를 하루 종일 남아서 계속 돌려보며 배우라는 직업과 영화에 흥미를 느꼈다는 최원. 수십 년이 지나 '의미를 전하는 배우'가 된 최원은 지난 2017년부터 대경대학교 공연예술학과 학생들에게 가르침이 아닌 경험을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건 네 가지다. 좋은 배우보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연기와 일상을 구분 짓지 말고 항상 사람에 집중하며 잘 듣고 잘 보는 것, 감정을 감춰야 하는 사회와 다르게 카메라 앞에서는 온전한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 스스로 배우를 하는 이유를 수시로 자문(自問)하는 것.
향후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냐는 물음에는 '두뇌공조'에서 싸이코패스 역을 맡았을 때 맞춤 양복을 입은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며 '메인 빌런'을 해보고 싶다는 최원. 그는 오는 6월 개봉하는 독립영화 '니자리'에서 빙의된 목사 역으로 출연해 빌런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줄 예정이다.
끝으로 최원은 형편이 어려워 연기 공부에 매진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하는 연기 지망생들을 위해 장학재단을 만들겠다는 꿈을 그렸다.
"모범택시2를 통해 배우로서 재미와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됐습니다. 25년 배우 생활을 뒤로 하고 처음 배우를 꿈꿨던 그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건강이 허락하는 만큼 행복하게 배우의 길을 걸으며 무엇이 됐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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