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들 "보험비교 플랫폼 철회해라"…45만 해고 우려

유은실 2023. 4. 7. 13: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일 보노련 기자회견 개최 "설계사 목소리 반영 안돼"
"'보험영업인 생계수단' 車보험, 내주면 소득 감소 뻔해"
추가 집회·기자회견 예고···"정치권·설계사 투쟁할 것"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빅테크의 보험비교·추천서비스는 간접적으로 45만 보험설계사를 해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세중 보험영업인 노동조합 연대(보노련) 공동의장이 7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본관 정문 앞에서 열린 ‘정부의 일방적인 플랫폼 보험비교·추천서비스,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골목상권 침해’ 과정에 ‘골목상권’ 의견 빠진 격”

보험영업인 노동조합 연대(보노련)가 정부의 온라인플랫폼 보험비교·추천서비스 정책에 대해 보험영업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보노련은 7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본관 정문 앞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플랫폼 보험비교·추천서비스,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은 금융당국이 발표한 정책 세부내용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잡혔다. 지난달 21일 ‘보험설계사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핀테크 진출저지’ 기자회견 이후 약 2주만이다.

금융위는 지난 6일 국민 대다수가 가입하는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보험을 풀랫폼 비교추천을 통해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보험비교·추천서비스는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회사의 온라인 보험상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적합한 상품을 추천받아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보노련 소속 오상훈 삼성화재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에 금융당국이 발표한 정책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금융위가 금감원, 보험협회, 보험대리점(GA)협회, 한국소비자연맹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참여하는 실무TF를 구성해 간담회를 작년 9월부터 진행했다고 하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보험설계사들의 의견은 전혀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빅테크 기업의 보험시장 진출은 ‘골목상권 침해’에 해당하는데, 정작 정책 결정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인 ‘골목상권’에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고객 접근성이 높은 네이버(035420)·카카오(035720)·토스 등 빅테크들이 보험시장에 뛰어들면 고객들이 플랫폼에 몰리게 되고 결국 설계사의 생계가 흔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영업 매개 상품인 자동차보험이 보험비교·추천서비스 제공 상품에 포함된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보험영업인은 이데일리에 “자동차보험은 보험설계사들이 영업에 활용하는 1차 상품이자 생계수단과 같다”며 “자동차보험이 보험비교·추천서비스에 소개되는 순간 고객들이 플랫폼으로 몰려갈 게 뻔하다. 더 큰 문제는 플랫폼들이 다른 상품들도 함께 연계해서 가져갈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서비스로 2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하던데, 45만명의 설계사 일자리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당연히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당국이 온라인 판매 상품만 한정해 서비스한다고 밝혔지만 결국 설계사들의 파이를 핀테크들이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보험사 판매 채널인 대면·CM·텔레마케팅(TM) 중 자동차보험 CM·TM 비중은 48% 수준이다.

보험설계사들은 또 설계사의 소득 감소가 당연한 수순으로 봤다. 향후 보험비교·추천서비스 영역이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장기보험까지 넓어질 공산이 크고, 이럴 경우 빅테크 ‘일감 몰아주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설계사의 주장이다. 실제 보험설계사의 소득은 비대면 흐름이 가속화된 코로나19 이후 줄어드는 추세다. GA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2144명 응답)에 따르면, 응답자 중 93.3%는 코로나19 이후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변했다.

약관만 수백페이지···“가격 위주 비교, 소비자 피해로”

보노련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중 민원이 가장 많은 보험업계에는 소비자와 보험사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는 설계사가 필요한데, 빅테크가 이를 대신하면 보험가입 및 보험료청구 책임이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세중 보노련 공동의장은 “보험상품은 약관만 해도 수백 페이지”라며 “단순 가격 비교만으로 보험 상품을 가입하게 되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또 “보험 민원 1·2위가 불완전판매와 보험금지급”이라며 “보험상품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비교 판매하면 이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노련은 이번 기자회견 이후 핀테크의 보험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오상훈 위원장은 “현장 이해관계자들을 무시하는 정부의 탁상행정은 철회돼야 한다”며 “노총과 여야 의원들과 함께 집회, 기자회견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