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삼성전자 실적 충격…정부·기업 위기 극복에 힘 합쳐야

연합뉴스 2023. 4. 7. 13: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14년 만에 최악 실적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6%가량 줄어든 것으로 발표된 7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3.4.7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충격적인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는 7일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이 63조원, 영업이익은 6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9%, 영업이익은 95.75% 감소한 것이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결정적 원인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반도체 업황의 부진이다.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에서만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분석됐다. 모바일 등 다른 부문의 선방으로 그나마 적자를 면한 셈이다. 유난히 부침이 심한 반도체 시장의 최근 상황이 무척 나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어서 실적 악화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때 25%에 이르렀다는 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20% 안팎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런 정도의 실적 악화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달 말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의 상황은 더 어렵다고 한다. 지난해 4분기에 1조7천억원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는데 1분기에는 적자 폭이 3조원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의 수요가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가 움츠러들면서 시설 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하고, 무역수지가 13개월째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4.5% 급감했다. 특히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반토막 났다. 재고가 쌓이자 가격도 폭락했다. 지난 분기까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었던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 후 감산을 공식화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다만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하고, 재고 소진으로 가격이 회복되면 실적도 차츰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미중 간 갈등 격화로 반도체 산업이 국제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려들어 가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이전에는 접해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의 국제 분업 구조에서 사실상 중국을 '왕따'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따르면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면 대중 반도체 장비·기술 수출 통제 유예 조치가 끝나는 오는 10월부터는 고사양 공정의 장비를 중국에 반입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끊임없이 투자해 효율을 높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분야이다. 장비 업그레이드를 막는 조치는 한마디로 앞으로 중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낸드플래시의 약 40%를 생산하는 삼성전자나 D램의 약 48%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로서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수출에서 중국이나 반도체가 점하는 비율을 볼 때 중국 반도체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세계 반도체 산업의 가치 사슬에서 미국은 설계, 한국과 대만은 생산, 일본은 부품·소재를 맡고 있다. 우리 기업 역시 미국의 반도체 원천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규모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여기에 외교·안보적 문제까지 얽혀 있다. 한국·미국·일본·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구상이나 각국이 최근 앞다퉈 제정한 반도체 산업 지원법은 반도체가 이미 경제를 넘어 안보 이슈로 편입됐음을 잘 보여준다. 개별 기업의 판단과 능력으로만 헤쳐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이 위기 극복에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이다. 우선 중국에 편중된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생산시설을 미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이전하더라도 일정한 시간과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 측에 강하게 설득해야 한다.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외교력을 최대한 발휘해주길 당부한다.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