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포스텍 의대 설립은 왜 바이오 헬스 인재 양성 계획서 빠졌나

김명지 기자 2023. 4. 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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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방안’ 발표
의대 정원 확대 문제 해결 난항
복지부 유관 부서 협의 시작 못해
의대 정원 확대해도 신설 증원 의견 갈려
“종합적인 검토로 추후 결정할 예정”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다섯 번째)이 21일 오후 포스텍(포항공대)에서 열린 '포스텍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간담회'에 앞서 김무환 총장, 이강덕 시장, 국민의힘 김병욱(포항남·울릉)의원 등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보건복지부가 지난 6일 발표한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방안’에서는 의료현장에서 헬스케어 연구개발(R&D)을 주도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 육성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포스텍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를 잇달아 찾아 의사과학자 양성에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이날 발표된 계획에는 KAIST와 포스텍이 추진하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연구중심 의대 설립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KAIST와 포스텍 측은 의사과학자 양성과 관련해 복지부 유관 부서와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의수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과기의전원 설립 건은 의대 정원과도 연계돼 있다”며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해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추후에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황 과장의 말대로 의료계는 과기의전원 설립은 의대 정원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 생각할 문제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 단체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국 국민의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 17.2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8회의 2.5배에 달한다. 지금 벌어지는 문제는 필수 의료 의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 생각이다.

반대로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늘어나는데, 필수 의료 담당 의사는 부족하다는 인식이다.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는 7.2명으로 미국 8.2명보다 적고, OECD 평균 13.2명 절반 수준이다. 전국 의대 총정원은 3058명으로 17년째 같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올해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빠른 시일 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양측 의견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내년도 입시에 반영하려면 이달 말까지는 결론을 내야 한다. 의료 현안 협의체 논의는 아직 지지부진하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합의한다고 해도, 의대 신설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게 의료계 인식이다. 국내 의대는 40개이며, 이 가운데 입학 정원이 50명 이내인 곳이 17곳에 이른다. 국내 1위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련하는 울산의대 정원은 40명에 머물고 있다. 과기의전원처럼 정원 50명짜리 미니 의대를 대여섯개 만들 게 아니라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바이오의료산업을 선도할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방안' 국회 토론회 자료/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실

정부가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의대 신설을 추진해도,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과기의전원과 의료 공공성 확보를 위한 지방 의대 중 어디에 무게를 싣느냐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지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지방 의대 신설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사과학자 육성 취지에 공감하지만, 병원과 의사가 충분히 확보된 곳에 ‘상급종합병원’을 지을 이유가 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의사과학자는 전체 의사 수의 약 1.2%(1300명)며 연간 배출되는 의사과학자는 약 30명 가량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의료계는 의사과학자 숫자가 적은 것은,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의사과학자를 고용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의전원 설립을 추진하는 포스텍과 KAIST도 서로 의견이 갈린다. 포스텍 관계자는 “포스텍 의대 신설은 의사과학자를 넘어 지역 의료 현안과도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울진·영덕 지역에는 의대는 물론 상급종합병원이 없다. 이 관계자는 “포항 5개 병원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상급종합병원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KAIST가 위치한 대전과 충남에는 충남대 병원을 비롯해 의대가 5개나 있다. KAIST 관계자는 과기의전원 설립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복지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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