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젤렌스키와 통화 용의”…방중 회담서 프랑스는 실익, EU는 강경

이종섭 기자 2023. 4. 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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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의 회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 주석은 구체적인 통화 계획을 밝히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원론적 입장만 반복한 상황이어서 위기 해결에 얼마나 적극적인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기 위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함께 중국을 찾았지만 자국의 실익을 챙기는 데 더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때가 되면 통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이 프랑스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이날 1시간30분 동안 이어진 회담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고 국제법을 완전히 존중하는 협상을 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시 주석과의 3자 회동에 참석하고 별도 회담도 가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시 주석이) 조건과 시간이 적절할 때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재확인한 것이 흥미로웠다”며 시 주석의 발언 내용을 확인했다. 시 주석은 앞서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이 끝난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핵무기 사용에 반대하며 조속히 평화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었다.

시 주석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여러 차례 대화를 하고 만남을 가졌지만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한 번도 직접 대화를 한 적이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를 우크라이나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은 구체적인 대화 계획이나 일정을 밝히지 않았고 실제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에 있어 얼마나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가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는데 러시아와의 밀접한 관계를 활용할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면서 “시 주석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에 나설 시점을 확약하지 않았고 마크롱 대통령의 요청대로 푸틴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할지도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 등에 있어 중국에 비교적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실익을 챙기는 데 더 주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단적으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시 주석을 움직이는데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신 경제적 실리를 챙겼다. 중국 방문에 기업인 50여명을 대동한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중국의 에어버스 구매 계약 등 20여건의 사업 계약을 이끌었다. 또 7일 중국의 주요 수출 기지인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시 주석과 추가 회담 및 비공식 만찬을 가지면서 양측 간 추가 사업 계약 체결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같은 계약 체결은 프랑스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축소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 중국 연구 책임자인 마크 쥘리앵은 SCMP에 “마크롱은 폰데어라이엔을 중국에 데려감으로써 유럽의 단합과 프랑스의 유럽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무역 적자나 대만해협의 안정, 인권 등 중요한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대신 경제 교류 심화만 촉진했다”며 “반면 폰데어라이엔은 시진핑을 상대로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며 어떤 의제도 회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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