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국제사회, 북한 해외 노동자 돌려보내야"

김관용 2023. 4. 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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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외벌이로 핵·미사일 개발에 활용
3국 대표들 "유엔 회원국, 대북제재 이행해야"
북한 해외 노동자 관련 안보리 결의 내용 환기
북한 사이버 활동 통한 자금 조달 차단도 강조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이 해외에 체류하며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본국 송환을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특히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핵·미사일 개발 속도를 높이는 북한을 향해 “핵무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요술 지팡이인 양 주민들을 오도하고 있다”며 “이는 경제를 산산 조각내고 있으며 안보를 저해하고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아시아대양주국장은 7일 서울에서 3자 협의를 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유엔 회원국들이 2017년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그들의 관할권 내에서 소득을 얻는 모든 북한 노동자들을 송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리 측 북핵 수석대표 김건 한반도 평화 교섭본부장과 미국 측 수석대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일본 측 수석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가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가 대면 협의를 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자카르타 회동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서울에서 만나는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한미일은 이번 만남에서 조만간 북한 도발 수위가 고조될 수 있다고 보고 대응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달 중에는 북한의 주요 정치적 기념일이 몰려 있고, 이달 말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한미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특히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이달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어 대형 도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北 국경봉쇄 해제 가능성…대북제재 환기

3국 수석대표는 공동성명에서 “유엔 회원국들은 경각심을 갖고 2017년 안보리 결의 2375호에 합치되도록 해외 북한 노동자들에게 노동 허가를 갱신하거나 신규 부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의 제재 회피 시도에 대해서도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으로 지적돼 온 해외 노동자 문제를 3국이 다시금 제기하고 나선 것은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그동안 굳게 유지하던 국경봉쇄가 최근 들어 해제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서 회원국들에 북한 노동자에 대한 고용 허가 부여를 금지한 데 이어 2397호에서는 회원국들이 해외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 22일까지 모두 송환시키도록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닫아걸고 해외로부터의 입국자를 전면 차단하면서 2019년 말 이후 결의 이행이 사실상 중단됐다. 북한은 과거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5~10만명의 해외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중 상당수가 잔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부는 “전세계적으로 팬데믹 상황이 점차 완화됨에 따라 향후 북한도 국경을 재개방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3국은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사회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에 관한 주의를 환기했다”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결의에 따라 각 국 내 체류중인 북한 노동자를 북한으로 송환할 의무를 갖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북한 노동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있고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참석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협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北 사이버 활동 통한 자금 조달 주의보

특히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는 성명에서 북한의 사이버 활동을 통한 자금 조달도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많은 북한 IT 인력이 해외 각지에 체류하면서 신분과 국적을 위장해 전세계 기업들로부터 일감을 수주하고 있고, 북한의 해커들은 악성 사이버 활동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고 자금을 탈취·세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강화 이후 불법 사이버 활동이 북한 정권의 핵심 돈줄로 부상했다는 진단이다.

민간 업계에 따르면 북한은 2022년에만 최대 17억 달러의 암호화폐를 탈취한 것으로 추산된다. 3국은 이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고, 이러한 수익의 상당부분이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고 있는 것에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외교부는 “최근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 IT 인력의 차명계정을 상당 부분 차단하고, 이들의 불법 수익 역시 일부 회수하는 등 성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3국은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인권 침해와 유린을 개탄하고 북한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확인했다. 납치 등 강제실종, 미송환 전쟁포로 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의 즉각적 석방과 납치자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한편, 이들은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 협상 복귀를 재차 촉구하면서 미국과 일본 측은 한국 정부의 ‘담대한 구상’ 목표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외교부는 “대북제재가 틈새 없이 촘촘히 이행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제재 이행 노력을 독려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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